오메가버스 중의 연작. 취향이 아니라면 지나가세요.
"결혼 전제로 연애하자."
샐러리에 블루베리를 얹어 먹느라 정신이 없던 여에게 다가온 첫 마디였다. 방은 같았다가 갈리는 걸 반복했지만, 건물은 학년에 상관없이 늘 같은 건물이던 교내 기숙사에서 10 년, 같은 학교 다른 학과로 대입을 마친 인연으로 같은 하숙집에서 5 년. 도합 15 년을 같은 곳에서 살다가 연락이 끊겼던 지인의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말이라, 여는 잠시 제 감각을 의심하며 그의 눈을 정면에서 마주봤다. 함께한 세월동안 그는 늘 눈으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여에게 남아 있었다.
"그렇게 보지 마."
짙고 깊었다. 진심이었다.
"헛소리도 아니고, 장난도 아냐."
"그런 것 같네."
함께한 15 년은 여를 배신하지 않았다. 여는 이 사실을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알 수가 없었다. 그 말을 듣기 전에도 여는 그와의 재회를 마냥 기뻐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보름 쯤 전에 가족회의에서 통보를 받아 선자리에 나온 그는 제가 맞선 상대로 맞았어야 할 상대방인 선이 아니라 신을 마주한 그 시점부터 이 선자리는 엎어졌으니 밥이나 한 끼 먹는 셈 쳐야겠구나, 지레 짐작했던 것이다.
"이유 물어봐도 돼?"
"부탁 좀 하자."
"맥락없게."
돌려 말했지만 명백한 거절을 받아든 여는 김이 팍 새선 접시에 덜어뒀던 빵 한 덩이에 버터를 바르며 말했다.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그가 아는 김 신은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어떤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면 정면에서 대응하는 사람이었다. 같이 산 15 년이 그를 배신하지 않은 것 처럼 떨어져 지낸 몇 년 간의 세월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몸집을 불렸던 것이다. 그래도 김 신은 김 신이라서, 말을 해도 되는지 한참을 고민하기는 했지만, 마음을 굳히고 나서는 물 한 모금을 완전히 삼키고 냅킨으로 제 입가를 말끔히 정리한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생각나는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
"3차 성징 때문에 그래?"
2차 성징은 10대를 전후해서 시작하는데 3차 성징은 사람마다 발현 시기가 제각각이었다. 2차 성징을 시작한 뒤발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편의상 3차 성징으로 이름이 붙었지만 죽기 전까지 3차 성징의 징후도 안 비치고 살다 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3차 성징이 인간 사회의 기준점이 되지는 못한 이유다.
"어."
하지만 기득권을 잡는 데에 날개를 달아주는 건 확실했다. 알파건 오메가건, 일단 3차 성징기를 거치기만 한다면 그들만의 세상이 된지 오래인 정재계에 편입되기는 훨씬 쉬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이 3차 성징을 시작한 이래로 상위 계층 20 퍼센트 중 절대다수가 그들의 차지였다. 성징으로 차별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라지만, 암묵적인 영향까지 못본 척 할 수는 없었다. 오죽 특별했으면 알파니 오메가니, 번듯하게 이름까지 붙어 돌았다.
"연애를 부탁해서 시작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 물이 그 물인 상황에서 여는 대대로 정계에 인물을 배출해온 가문에서 태어나 당연하다는듯 3차 성징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결과적으로는 오메가로 각성했으므로 가문의 체면은 세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일찌감치 각성을 끝낸 형제들이 입지를 다지는 동안 그는 가문 전체의 압박에 시달리며 살다가 이제서야 대접다운 대접을 받기 시작한 수준이라 아직 가문 내의 입지는 좁기만 했다. 그에 비해 20 대 초중반에 각각 알파로 각성까지 완전히 끝낸 뒤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한참 가문 소유의 방위 산업체에서 군수 산업을 배우고 있는 신과 선은 한참 제 세력을 불려 나가는 중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약혼도, 각인도, 결혼도 없었지만.
"연애가 싫다면, 결혼은 괜찮은 거야?"
"결혼은 너 말고 네 동생이랑 하기로 합의했던데."
"바꿀게."
신은 냉큼 그의 말 꽁무니를 잡았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절박하긴 절박한 모양이었다.
"형질상으로도 별 문제 없어. 그 애나 나나 알파인 건 같으니까."
"그렇긴 한데……."
"그럼 괜찮은 거지?"
하지만 또다른 당사자인 여는 도무지 상황이 정리되질 않았다. 입지를 잡기 위해선 결혼만큼 확실한 것도 없었고 그걸 잘 아는 그가 선자리까지 만들어 가며 노력하고 있었던 거지만 하루아침에 상대가 바뀌는 건, 그것도 쭉 같이 살았던 사람으로 바뀔 마당에 온전히 판단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비정상적인 사람일 것이다.
"너무 갑자기 나온 얘기라 좀. 생각할 시간을 줘."
"발현 늦었잖아.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야 한다며."
하물며 그는 제 치부 하나 하나 꿰던 사람이 툭툭 던져대는 제 약점을 멀뚱멀뚱 바라만 볼 정도로 마냥 곱게만 큰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던가, 그럼."
호승심이 반, 목적성이 반인 그들의 연애 겸 결혼 생활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여의 가문에서는 뜬금없는 해코지를 겪을 각오를 한 여가 무색하게 별 반응이 없었다. 아무렴 둘째보단 첫째가 낫다는 입장만을 비쳤을 뿐 계획 한 번 바뀌지를 않았다. 가문 간 결합이라는 점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어느쪽이건 상관 없다는 입장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 듯 했다. 여는 그런 취급을 받는 제 처지를 똑바로 마주하면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꼈지만, 결국 모든건 하루라도 더 빨리 발현하지 못한 여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람의 영역을 벗어난 무언가였다. 그는 여전히 제 힘으로 뒤집지 못한 시기에 대해 끊임없이 탓하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기로 마음 먹은 뒤였고, 그 일환으로 신에게 동거를 제안했다.
"옛날 생각나네."
그는 그런 여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살 곳을 미리 구해둔 상태였다. 오랜기간 생활을 맞춰왔던 둘이라 서로가 꺼리는 행동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함께 하는 생활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야식 먹고싶다고 허공에다 주먹질하던 때?"
"그때 진짜 배고파 죽는 줄 알았는데."
문제가 될 만한 일이라면, 곁에 가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향은 알파의 그것과 오메가의 그것이 맞는데도 그조차 의심할 정도로 둘 다 영 뜨듯미지근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서로를 제 짝으로 받아들일 생각은 개미 허리만큼도 하지 않았다. 결혼 상대가 아니라 동거인을 구한 듯한 그들의 행동은 아무리 둘의 결혼이 정략적인 선택이라지만 실제로 결합을 하기는 하는 건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덤덤했다. 균열 한 번 없는 관계였다. 싸우며 친해지는 전개를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건 애저녁에 다 해보고 완전히 끝내기까지 했던 둘이다.
그렇게 하늘이 무너지는 정도의 사건이 아니고서야 바뀔 일이 없어 보였던 둘의 관계는 엉뚱하게도 신의 단 한 번의 실수에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바뀌기 시작했다.
"어디 가?"
"어디 가."
"아니, 어디 가냐고."
"다녀와서."
대부분의 일을 신중하게 진행하는 편인 그가 연락 한 통에 겉옷만 챙겨 급하게 나간 날이 있었다. 여가 보기에도 다시 만난 뒤로 봤던 모습 중 가장 절박한 모양새였다. 그런 그의 분위기에 놀란 여는 와서 말하겠다던 신이 돌아오고 나서도 제 입을 닫았지만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김 신을 저렇게까지 몰아세울 만한 게 있나?
호기심은 균열을 만들었다. 여는 틈새를 훔쳐보기로 마음먹고는 제 사람 몇을 불러다가 그날 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몰래 알아보기 시작했다. 쉬운 일도 옳은 일도 아니었지만 통상적으로 자주 보이는 일이기도 했다.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 수행원에게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김 신한테?"
"네."
여는 그 누가 말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양 크게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여는 과거의 신을 똑똑히 기억한다. 잘 생긴 외모에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성격, 앞날까지 말끔한 그가 또래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연인이 되고자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또한 당연했다. 하지만 여는 그런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아니라,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김 신이 어떻게 내치는 지에 대한 것들을 더 자세하게 기억해 왔다. 그런 여였으므로, 그는 신에게 연인이 있다는 말 만큼은 믿지 않았다.
"사귀는 사이 아닐 거야. 걔 그런 거 못 견뎌."
왕 여가 본 그는 항상 자신이 헤쳐나가야 할 일만을 보는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보다 해야 할 일에 더 신경을 쏟는 사람이었던 그에게 의무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면, 그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연을 맺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김 신의 행보는 선과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던 여의 결혼을 제 곁으로 틀어 상부상조하는 구도를 만들어 냈고, 거기에 사랑은 한 순간도 없었다.
하지만 제 수행원을 돌려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치밀한 성정의 신이 차마 감추지 못했던 것을 발견한 그는 김 신의 연인이라는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김 신이 모든 인연을 다 쳐내던 이유였던 사람이자, 그 김 신이 기숙사에 무단으로 술을 들이게 만든 장본인이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엔 하숙집에서 술만 깠다 하면 제 존재의 이유라며 심심찮게 불려 나오던 그 이름.
"지 은탁?"
그 이름이 쓰여 있었다. 거실 테이블 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서류 한 장에, 기업 단위로 진행하던 재단 사업에서 제일 먼저 통과한 지원자들 목록 구석에.
여는 쉽게 유추했다. 급하게 나가느라 숨길 틈이 없었던 거겠지. 어디까지나 김 신은 김 신이라, 그는 그녀와 함께할 때 조차 그녀 다음으로는 제게 부여된 의무에 신경을 쓸 사람이었다. 거기에는 가문의 굴레도 있었을 것이고, 그 모든 걸 당연하다는 듯 짊어질 그의 모습은 어렵잖게 그릴 수 있었다. 순간, 여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연애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나?
그의 머릿속에 결혼과 연애를 동시에 부탁하던 누군가의 모습이 스쳤다. 설마.
그날 밤 신이 말했다.
"정리하고 오는 길이야."
"뭐를?"
"관계."
그는 평온함을 고수하고 있었다. 커피를 젓는 손이 떨리지도 않았고, 어깨가 쳐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 만큼은 속일 수가 없어서, 여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그의 심경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에게 지 은탁이란 처음이자 끝 사랑이었다. 그걸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경쟁을 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한 가문의 사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기질이 발현하는 시기가 달라 지금까지 고생인 그가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이기도 했다.
"뭐하러?"
"가정에 충실해야지."
가족 서열도 모자라 애정 서열까지 이런 식일줄은 몰랐지. 여는 한 일도 없으면서 축축 쳐지는 제 모습이 그렇게 비참할 수가 없었다. 그는 더 비참해지기 전에 차라리 선수를 치기로 마음 먹었다. 방어기제였다. 알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티나는 방어기제가 티나지 않는 붕괴보단 나았다.
"안 그래도 되는데."
"무슨 소리야?"
"걜 어떻게 놓으려고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놓고 왔어."
"가서 다시 잡아. 아직 결혼 안 했는데 벌써부터 왜 그래?"
피곤하게 굴 생각 없어. 그는 망설이는 신의 등을 떠밀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부추겨달라고 온 몸으로 소리치는 것 같았던 신은 그가 미는 대로 얌전히 떠밀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꿈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급하게 서류를 정리하던 그 와중에도 잠깐, 여에게 물었다.
"너는."
"나 뭐."
"괜찮겠어?"
"어."
아니. 별로.
"얼른 가봐."
근데 넌 더 안 괜찮을 거 아냐. 그 꼴 보느니 내 선에서 먼저 끊지.
"그 애 가지고 잡음 안 나게 해둘테니까."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이래서 문제였다. 모른척도 못 하고 속이지도 못 하는 관계 속에서는 긴장감도 없고 새로 바뀔 것도 없었다. 모든게 익숙하니 상대방이 눈치 채기도 전에 걸림돌을 치워 버리니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사건들이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지니 관계는 제자리만 뱅뱅 돈다.
"……결혼식 전 까지 정리하고 올게. 그때까지만……."
"빨리 가."
문을 닫을 여유도 없이 뛰쳐나간 신의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그는 결혼이 성사되기 직전, 운명처럼 오메가로 발현하는 은탁을 상상했다. 신과 은탁의 행복 뿐만 아니라 제 행복에도 그게 훨씬 나을 거란 생각을 하고 나서야 그는 제 미래를 깨닫고 말았다. 앞으로 홀로 설레고 홀로 포기할 날들이 선했다. 여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문을 닫았다. 손 한 번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잠기는 문고리가 그만큼 야속한 적이 없었다.
끔찍하리만큼 익숙한 광경이다. 알파건 오메가건 발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우가 눈에 띄게 다른 집에서 살아온 그에게는 이런 상황 자체가 생활 그 자체였다. 가문 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잡겠다고 이리 재고 저리 대 결혼을 결정할 때부터 각오한 일이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몰려오는 탈력감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맞네, 결혼 전제로 연애. 혼자 해서 그렇지.
여는 상황이 이렇게 된 김에 가문 내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목적에만 충실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바랄 수 없는 거라면 포기라도 빨리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론이었다. 안 해본 사람 떠미는 것 보다야 해본 사람이 또 하는 게 낫겠지. 그 애가 발현만 한다면, 김 신의 곁에서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신분이 된다면 그나마도 다 끝날 거고.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여는 차라리 자기 만큼이나 은탁이 간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마음에 두지 않은 지금, 차라리 빨리 데려갔으면 싶었다. 만일 신과 은탁이 맺어진다면 저는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대로 선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면 그만이었다. 그정도의 유연함은 양쪽 가문에서 모두 발휘할 수 있었다.
그는 가문에 연락을 넣었다. 은탁의 3차 성징을 제 선에서 도울 수 있는지 직접 물어볼 작정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득권을 쥐기 위해 알파와 오메가를 데려오는 건 그들의 세계에선 이미 일반적인 일이었다. 어차피 사돈 관계가 될 거라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오메가를 확보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상황은 여에게 녹록치 않게 흘러갔다. 인간은 아직 3차 성징기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없었다. 유전적인 경향성은 어느정도 증명 되었지만 그 뿐, 발현은 아직까지도 운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미 발현을 끝낸 알파나 오메가의 호르몬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해도 발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순간적인 압박감을 느끼는 것 말고는 별 변화가 없다는 연구결과만 쏟아지는 세상이었다. 신의 장밋빛 나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자, 여의 장밋빛 나날은 시작조차 하지 못할 거라는 의미였다.
이렇게 살다 가려나 보다. 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할 사랑이라면 영영 모르다 갔으면 싶었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떡하니 공개하는 세상, 형질은 권력 수단으로 쓰는 세상에서 사랑을 알아가는 건 한여름에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를 맨발로 걸어가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일일지도 몰랐다. 여는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그는 애정과 애정이 부딪치는 전쟁터에 들지도 못한 채 저 멀리서 바라만 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결혼 전, 둘의 애정관계는 이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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