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버스 중의 연작. 취향이 아니라면 지나가세요.
3차 성징기를 마친 사람들은 부, 권력, 명예와 같은 것들을 포상처럼 누려왔지만 그 대가로 제 몸을 제 의지대로 다룰 수 없는 순간을 견뎌야 했다. 억제제는 그런 사람들에게 구세주처럼 내려왔지만, 억제제는 결국은 진통제라 현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알파건 오메가건 백날천날 억제제를 들고 다녀도 어느 순간에는 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첫 발현을 떠올리는 시기가 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환자분, 정신 드셨어요?"
은탁이 오메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뻗은 첫 향을 그대로 맞고 그 자리에서 엎어졌던 여가 의식을 찾으며 처음 한 생각은 주변이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변이 조용해 겨우 들리는, 그것도 조금 떨어져 나는 소리가 분명한 걸 알면서도 평소의 몇 배로 거슬려 했다. 알파의 호르몬을 들이 부은 셈이라 모르는 새 히트 사이클까지 앞당겨 지면서 가뜩이나 베타에 비해 민감한 감각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열려 있었던 탓이다.
"……."
그래도 정신을 잃은 채로 히트 사이클을 보낸 셈이 된 그는 시기상 거의 끝물이 다 되어서야 의식을 차린 셈이라 평소에 비해 수월하게 견디는 중이었다. 거기에 제일 고통스러울 순간은 이미 넘긴 뒤였고, 형질 자체가 가라 앉는 기간에 들어서고 있던 중이었다. 여의 감각이 말했고 의료진의 지표가 증명하고 있었다.
"제 말 들리시면 눈 한 번 깜빡여보세요."
그는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럼에도 평소보다 몇 배는 자극적인 빛이 그의 눈 속으로 쏟아지다 사라졌다. 제 근처에 서 있는 사람들이 전부 베타라는 사실을 인식한 뒤에는 천천히 긴장을 풀며 주변을 살폈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입을 여닫고 팔을 들었다 내릴 때 쯤에는 왜 제가 병실에 눕게 되었는지를 잠깐 잊을 정도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었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네. 이게 더 괜찮은 것도 같고.
상태는 많이 나아지셨으며 이번 히트 사이클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나흘 정도 경과를 지켜 본 뒤에 퇴원 절차에 대해 이야기 하자는 말을 끝으로 의료진은 병실에서 나갔다. 그는 그제서야 제 몫의 병실 하나를 전부 차지할 수 있었는데, 혼자가 된 그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제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마저 찾아갈 겸 주변을 살피는 것이었다. 창문 너머는 언젠가처럼 밤이었다.
지금 몇 시지.
곱게 잠들어 있던 화면을 건드린 그는 11:24 p.m.을 보고 안심하려다 그 옆 Sun.을 보고 눈을 번쩍 떴다.
일요일?
여는 못해도 4일은 더 있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떠올렸다. 합쳐놓고 보면 어영부영 일 주일을 통으로 날리는 셈이었다. 그래서 사이클이 끝물이었구나. 새삼 깨달은 그는 저 없이 상황을 수습했을 남매를 떠올렸다. 난감했다.
그의 입장에서 은탁은 차라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첫 발현때 제일 위급한 순간은 처음으로 향을 내보일때다. 그녀는 절제되지 않은 호르몬이 향과 섞여 한 번에 퍼지는 그 시기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행된 점만 뺀다면 첫 발현 자체는 괜찮게 넘긴 편이었다. 그 시기가 지나면 남는 건 심신을 진정시키는 것 뿐이니 그때부터는 주변에 있는 알파나 오메가들의 영역 보다는 선의 연락을 받았던 김 씨 가문의 주치의들이 책임을 져야 할 영역이 된다. 거기에 김 신과 그의 계약을 생각해본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자연히 그에게 전달될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왕 여 그 자신은 달랐다. 호르몬 한 번 잘못 들이 마셨다고 기절한 것도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던 데다가, 의식이 없는 제가 두 알파 앞에서 정돈되지 않은 향을 뿜었을 걸 생각하니 남매를 볼 낯이 없었다.
먼저 연락해야 하나?
어디까지나 얼렁뚱땅 넘어간 히트 사이클을 그가 다행으로 생각했던 건, 지금의 그로써는 통상적 방법으로 히트 사이클을 넘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파혼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공식적으로는 정혼자가 있고, 그런 그와 동거중에 다른 사람과 히트 사이클을 보내려고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정해진 수순이니, 이런 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간다면 문제 생길 일은 없겠다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그다.
연락을…….
하지만 알고보니 몇 배로 복잡해진 상황 앞에서, 왕 여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가문 대 가문의 단위에서 김씨 가문과 인연이 있는 은탁을 위해 왕씨 가문인 제가 도움을 주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처리할 수도 있고, 은탁에게 휩쓸려 홀릴뻔 한 정혼자를 신과 선이 막은 것으로 만들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그가 어떤 방향으로 사건을 설명하더라도 거기에 말을 맞춰줄 사람들이었다.
……연락을 해야 하는데.
사실 답은 낸 지 오래다. 그런 그가 가문을 끌어들일 생각까지 하고 있는 건, 두 사람을 지금 이 시점에서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모르는 거였네요."
"뭐가."
"알파로 발현할 지, 오메가로 발현할 지, 그거요."
왕 여는 가장 비겁한 선택을 했다.
"그래."
우성 알파로 발현한 그녀는 3차 성징기를 갓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은 순간적으로 치솟는 호르몬 수치를 기기의 도움을 받아 조절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방문 신청을 한 여는 첫 발현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알파와 히트 사이클이 끝나지 않은 오메가를 같은 장소에 안내하는 건 양쪽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병원측의 판단 하에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서야 만날 수 있었다.
"미리 알았으면 다른 분 불러다가 옮겨 주셨을 거니까요. 맞죠?"
이틀 뒤 그가 다시 보게 된 은탁은 지금까지 봤던 그녀의 모습과 비교하면 조금 차분했고, 좀 더 날카로웠다. 냅다 틀린 쪽으로 추측하는 걸 보면 직감도 다듬어 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지만 그는 그녀의 곁에 설 김 신을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안 그래. 약속 장소를 여기로 잡았겠지."
"그렇겠네요……."
물론, 아무리 다듬어도 여의 경우를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기는 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김씨 가문이 연을 맺어둔 병원의 환자가 되어 만나고 있는 꼴 부터가 예외처럼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민망한 사람이 된 둘은 세상의 진중함을 있는대로 끌어와 주변에 촥촥 뿌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알파지?"
"네. 우성이래요."
"그래.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향으로 대답하고."
은탁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대기중이던 간병인에게 부탁해 기기와 의자를 앞쪽으로 더 가까이 댔다. 고맙습니다. 그녀는 간병인과 마주 웃었다. 그녀의 형질도 다른 알파들과 똑같을텐데 누군가를 누르는 느낌보다는 행복을 타고 퍼지는 것 처럼 보였다. 그는 은탁 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향으로 대답을 해요?"
"김 신이 가르쳐 줄 거야."
발현했으니 결혼도 문제 없을 거고. 축하한다. 그는 작게 웃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표정을 굳히는 은탁과 대비되어 지나치게 맑아 보일 정도였다. 그녀는 곧 그보다 훨씬 크게 웃어보였지만 히트 사이클이 완전히 끝나지않은 여의 시선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그는 은탁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는 알파로 발현하며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할 거라 생각했던 여의 기대를 정면에서 부정하기라도 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 중 가장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 헤어졌어요."
"헤어졌다고?"
가장 비겁한 선택을 한 대가로 그는 며칠동안 있었던 일 중 가장 심각한 사건과 마주했다. 제가 병실에서 그 어느때보다 편한 히트 사이클 기간을 거치고 있던 동안, 은탁의 세계는 신체 내부의 호르몬보다 훨씬 격렬하게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 여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일시적인 쇼크로 인한 혼절 이었다. 정신을 차린 뒤부터는 혼자서도 일반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인 걸 확인한 의료진은 전체 회진 시간에 그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매일 한 번씩 수치를 체크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에게 알파와의 접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의 상태가 가문의 일정을 점검하고 조정하던 중 남는 시간에 은탁을 만나고 온 뒤 급격히 악화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벽을 짚어가며 간신히 제 병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본 담당 간호사는 조용하던 1인 실에 의료진을 전부 호출해 그에게 주어진 자유를 전부 뺏어갔다.
"환자분. 오늘 기분은 좀 어떠세요?"
"괜찮습니다. 언제쯤 퇴원할 수 있나요? 모레부터 일정이 좀 있어서 퇴원을 앞당기고 싶은데요."
어느새 여섯 시간에 한 번씩 제게 꼬박 찾아와 호르몬 수치를 체크하게 된 그 간호사는 호르몬을 체크하는 기계에 여의 입안에서 채취한 타액을 넣고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정 다시 조정하셔야 할 거예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퇴원 얘기 했었는데요."
"본인도 느끼고 계시겠지만, 히트 사이클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요."
보이시죠? 그는 통상적인 기준보다 한참 높게 찍힌 제 호르몬 수치를 보고 고개를 떨궜다.
"여섯 시간 뒤에 다시 체크할게요."
여는 병실에 홀로 남아 이마를 짚었다. 평소보다 따뜻할 손바닥보다 이마가 더 뜨거웠다. 결국 제 탓이었다. 저희 헤어졌어요, 은탁의 한 마디에 그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어그러질 지 감히 자신이 예측해도 되는 지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그의 고민은 빠르게 끝났다. 그녀는 고민하는 기색도 안 비치고 곧바로 그에게 모든 일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정신 딱 차렸는데 주변에 기계랑 사람이랑 엄청 많았거든요."
"그래."
"출입 제한 걸려 있는 병실 이더라구요. 저 그런 곳 처음 들어가봤는데."
은탁은 발현의 여파를 평소에 비해 활발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겪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당 수치가 평소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질병으로 분류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던 그녀에게 내려진 처방은 시시때때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쿠키를 섭취하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작은 탁자 위에 올려둔 쿠키박스를 열어 바나나가 잔뜩 박힌 파이를 하나 꺼냈다.
"전부 베타 아니면 알파더라구요. 갑자기 다른 형질인 사람이 다가오면 서로한테 위험하다나."
첫 발현으로 병원에 실려오는 환자들은 한 번씩은 전부 겪어본다는 격리 조치였다. 알파나 오메가만이 겪어볼 수 있는 처방 이었으므로, 알파나 오메가의 관계에서 초면인 경우 친밀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주 나오는 화제거리 기도 했다. 제 병력을 공개하는 것은 제법 큰 패널티였지만 자신이 3차 성징기를 거쳤다는 점을 밝혔을 때 얻을 게 잃을 것 보다 훨씬 많은 세상이었다. 얻는 것의 수준이 병력 하나를 제 입으로 말하는 것에 비해 너무 높아서, 황혼길에 접어든 줄 알았던 운명론자의 지위를 단숨에 올려버린 세상.
"잘못하면 본딩하려고 서로한테 달려드니까."
"네. 근데 전 사실 별 상관 없었어요. 결혼할 사람도 있었구."
전부 옳은 말이었다. 여가 두 사람의 이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가시밭길 다 걸었으니 이제 누릴 것들 누리며 살기만 하면 됐는데, 행복 바로 앞에서 모든 일들이 멈춰섰다. 일정은 일정대로 진행해야 하는 신의 성격에도, 서로 사랑하는 삶을 위해 기꺼이 가시밭길을 걸어온 은탁의 행보에도 들어맞는 게 하나 없는 결과였다.
"병실에 오메가라도 들었던 거야? 본딩이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뇨. 써니 언니가 얘기를 잘 해주셔서 오메가인 분들은 제 병실 근처에 오지도 못했었대요. 되게 고마웠어요."
"당연히 받아야 하는 대접이야. 그럼 설마, 그거 가지고 그 가문 사람이 인색하게 굴기라도 했어?"
"아니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녀는 한참 뜸을 들이다 말했다.
"여기 들어오고 나서 한 번도 생각이 안 났어요."
그는 스물 넷의 왕 여가 지나간 어느 순간과 얼마 전 침대에 누워 창문을 바라보던 왕 여를 겹쳤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처지와 꼭 닮은 이야기가 그에게 부정할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듯 추억으로, 장면으로, 더해서 그의 현실까지 옭아매기 시작했다.
세 순간이 엮이기 시작하자 그의 몸은 그의 것이 아니라 본능의 것에 가깝게 움직였다. 그리하여 그는 은탁이 한 말의 뜻을 물어봤다간 듣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술, 혀, 숨, 소리, 아무것도 막을 수 없었다.
"뭐가?"
"김 신이라는……. 알파가요."
그는 두 사람의 관계가 이런 방향으로 진행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자기 몸 아프면 아무 생각도 안 나. 3차 성징기만 잘 마치면 또 달라질 거고."
"평소였으면 견뎠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요."
그는 은탁을 위한 변명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스물 넷의 왕 여를 위한 변명을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부턴가 여는 점점 머릿속으로 열이 몰린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도 그녀의 말만은 또렷이 듣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 싸웠었잖아요."
알파와 베타의 관계는 항상 불안해. 신이 털어놓던 한 마디가 그의 귓가를 때렸다. 그는 신의 말에 반박하듯 급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알파로 완전히 각성이 끝나면……."
"알파와 알파 사이에서 본딩이 될 확률은 1 퍼센트 내외잖아요."
"알파와 베타 사이에서는 확률이 아예 존재하질 않고."
실제로 3차 성징기를 거친 사람 간 정략 결혼을 추진할 때 가장 선호되는 조합이 알파와 오메가의 관계인 건 사실이었다. 본딩 확률이 제일 높다는 점은 결혼 생활이 꾸준히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으므로 충분히 메리트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알파와 알파, 오메가와 오메가 간의 결합도 심심찮게 보였다. 베타가 섞인 관계라면 아예 불가능할 일들이 그들에게는 낮은 확률이지만 가능성으로 존재했다. 오히려 가문의 지위는 유동적인 것이라 필요할 때 이혼을 할 수 있으면서도 결혼 생활중에도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써 각광받기도 했다. 은탁의 발현이 어느 쪽으로 결정되어도 상관 없었던 건 그 이유 때문이었다.
"알아요."
"그런데 왜?"
"저, 사실 싸운 날부터 계속 고민 했었거든요. 왜 그 사람한테 기대질 못했던 건지."
그녀는 초코칩이 잔뜩 박힌 쿠키 하나를 집어 먹은 뒤 말을 이었다.
"불안해서 그랬나봐요."
항상 불안했거든요. 확신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결국 베타고, 그런 저는 두 분이 아무리 발현한다고 말해줘도 불안했어요. 그냥, 김 신이라는 사람이 지 은탁이라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아는데……. 약혼을 한 것도 아니고, 동거를 하고 있지도 않고, 커플링 하나도 못 하는 사이였으니까 남는 건 감정이랑 기억 뿐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 두 가지만 잡고 갔어요. 그러니까 저는, 기대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사랑해야 하니까. 온전한 관계인 척 불안한 관계였다고,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발현 시작하더니 생각도 안 나요. 그거 믿고 여기까지 온 건데."
하지만 말투는 끝까지 무덤덤했다. 은탁이 말하는 감정이 날아간다는 개념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여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는 동안 그녀는 홀로 평화로웠다.
"그럼 믿을 건 1 퍼센트 짜리 본딩 확률 뿐이잖아요. …그래서 헤어졌어요."
그걸 버틸 자신은 없었거든요. 베타 지 은탁의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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