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blin2017. 3. 29. 00:08


4부작 외전. 묶임.



 기나긴 도깨비 생애에 고민할 거리야 차고 넘쳤지만 이번 고민은 도깨비 생에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일이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확, 한숨이 휙. 고민의 주체가 인외의 존재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날마다 바쁜 그의 입꼬리를 따라 꽃망울도 피고 지기를 반복했다. 이승에 사는 다른 이들도 덩달아 고생이었는데 피고지는 꽃을 보며 애타게 축제를 기다리는 이들은 양반이고 의문의 기상사태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이 늘면서 모처에 사는 김 차사가 매월 할당받는 명부가 한 장 두 장 더 쌓였다.

 누가 어떤 일을 벌이는지 아는 저승사자나 누가 어떤 일을 왜 벌이게 됐는지 얼추 짐작하고 있는 구 재벌 3세, 현 재벌 2세는 가끔 짜증을 낼 뿐 평소처럼 신을 달달 볶아 상황을 해결하라고 몰아치지 않았다. 당장 신부터가 왜 그런걸 하냐며 비웃던 과거가 무색하게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온갖 것들을 제 집터에 들이고 있었다.


"치약 옆에 그거 뭐야? 면도하다 봤는데."


 오늘만 해도 그는 향초에 직접 불을 붙이며 아침을 시작했다. 그 전에 침대에서는 도움이 된다는 요가 동작을 몇개 떠올려 자세를 잡았고, 전날 밤 자기 전에는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인간들이 선정한 잠들기 딱 좋은 클래식 음악 10선을 틀어놓고 잠들었다. 별 효과는 없었다. 알면서도 시도하는 것이기도 했다. 기실 그런 것들 하나 하나가 전부 도깨비에게 효과를 발휘했다면 검을 뽑지 못했을 시절 그는 도깨비 신부가 아니라 국경없는 의사회 출신의 의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입욕제."


 여는 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힘내.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하고. 그는 제 집터 바로 위에 먹구름을 한 사발 불러오면서도 고개를 주억댔다. 어디 가. 출근. 별 일 없으면 바로 올게. 여는 곧 모자를 쓰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런 여의 옷자락이 집터에서 사라지는 것 까지 남김없이 지켜본 신은 드넓은 터에 저 혼자만 남자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러댔다.

 사실 신은 해결책을 알고 있다. 그것도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걸로다가.




 어색하게 손을 맞잡고 나서도 한동안 둘의 관계는 전진 한 번 없이 지지부진했다. 여에게는 시간이 필요했고 신은 남는게 시간이었다. 당사자는 거리낄 게 없어 제일 답답해 하던 건 둘 모두를 제일 가까이서 지켜보는 덕화였다. 그는 기업 내에서 점점 입지를 다져가느라 한참 바쁜 시기라 도깨비 터에 직접 찾아오는 빈도가 제법 줄긴 했는데, 그 와중에 나이를 먹어가면서 과거 제가 들을 땐 그렇게 싫어하던 잔소리를 누구에게 배워온 건지 한 번 들렀다 하면 세상과 격리되기라도 한 듯 느긋하게 구는 둘에게 제발 진도 좀 빼라고 닥달이었다.


"아직도 이래요?"

"뭐가."

"뭐."

"이쪽 끝에 한 사람 앉고 저쪽 끝에 한 사람 앉아서 아무 소리도 안 내면서 밥만 먹고 막. 그러면서 살아요?"


 둘은 별 이상한 이야기를 다 듣는다는 듯 굴었다.


"너 말고 여기에 사람이 어디 있어."

"저 자는 밥 안 먹어."

"아니! 하여간에!"


 평소와 같은 평안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는 신이나 그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나 덕화의 혈압을 올리는 건 똑같았다. 저렇게 죽이 잘 맞는데 아직도 진전이 없어, 진전이. 나만 혈압 오르지, 나만 죽어! 


"안심하거라. 그 집에서 혈압으로 고생한 사람은 가문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는다."


 덕화의 억하심정이 얼마나 컸으면 인간의 소원이 되어 신에게까지 닿았을까? 신은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냉큼 대답했다. 주어진 시간이 턱없이 짧은 인간만 속이 터졌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내 명에 못 살지 싶었던 그는 제가 모시는 신을 데리고 막무가내로 그의 방에 데려갔다. 삼촌. 잠깐 좀 와 봐요. 아니, 끝방삼촌 말고 삼촌만요. 신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뿌리칠 수 있었지만 영원히 저보다 어릴 가신이 무엇을 할지 두고 볼 요량으로 잠자코 질질 끌려갔다. 탁, 문이 닫히자 마자 덕화는 끝을 보고 가겠다는 굳은 결심을 숨기지 않고 쏟았다.


"둘이 언제 사귀는데? 나 죽기 전에 사귀는 거 보고 갈 수는 있어?"

"말이 짧다?"

"……요."


 어떤 면에서는 당사자인 둘 보다 덕화가 더 필사적이었다. 유가의 사람들은 저승사자는 몰라도 도깨비는 알았다. 인간들 사이에서 우뚝 선 그 존재는 외로움을 많이 탔다. 대를 이어가며 그를 모시는 이들은 어떻게하면 그의 공허를 달랠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별 소득은 없었지만, 신은 그런 가신들을 기꺼워하여 제가 줄 수 있는 것들 중 인간에게 줄 만한 것들을 찾아다가 별 말 없이 건네기도 했다.


"때가 되면 해결될 일이다. 신경쓰지 말거라."


 그런 신의 태도가 가신들을 더 미치게 했다. 명색이 가신인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 중 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지나치게 한정적이고, 세월이 지나 돌이켜보면 그나마도 신이 자신들에게 부와 권력을 쥐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항상 덕만 보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하지 못해 쌓여가는 죄책감은 유가에 뿌리깊게 내려 있었다. 그 집안 사람들이 죽기 직전에 하나같이 자신의 부덕함을 탓하며 신의 걱정을 하는 건 우연이 아니라 내력이었다.


"눈 앞에 행복덩어리가 걸어 다닌다면서 그걸 왜 기다리고 있어요. 가서 잡으면 되지."


 그들이 대를 내려오면서 같이 물려받는 숙원 사업중에는 한때나마 그들의 신을 달랠 수 있는 자를 찾는 것도 있다. 나타나기만 하면 그 즉시 유씨 가문의 영웅이 되어 도깨비의 은혜를 나눠 받을 수 있었다만 인연조차 뚝 떨어지는 게 아닌지라 이 또한 하늘의 영역이었다. 무슨 곡절인지 이번 대는 상서로운 일들이 많았다. 신이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인간이 있었고 집에 들여 함께 살기까지 했다는 덕화의 말에 온 집안이 축제 분위기였던 적도 있다. 은탁이 떠나기 전 까지만 해도 신에게 늦게나마 찾아온 행복을 부디 마음껏 누리십사 덕화에게 이런저런 언질을 해두는 건 집안 행사마다 늘 있는 일이었다.


"사과도 익어야 먹지. 안 익은 거 먹을래?"

"사과를 구백…몇 년째야 대체. 여튼 구백 년 동안 안 먹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래, 삼촌."

"내가 사람이냐?"

"아! 진짜! 아!!!"


 답답해 죽겠네! 그러다 좋은 때 다 놓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온 터를 울리는 덕화의 목소리에 거실에서 얌전히 드라마를 보던 여까지 놀라 펄쩍 뛰었다. 우리 집안 사람들은 삼촌 행복 하나 보고 살아요. 알잖아요. 신은 결국 선심쓰듯 말문을 텄다.


"실감이 나지 않아 그런다."


 세월이 무게를 더해 모르는 새 깊어진 건지, 스스로 중히 여겨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빠져든 건지. 시작은 몇번을 돌이켜도 말끔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사랑을 생각조차 하지 않던 이에게 감정을 처음 각인시키고도 다음날 아침 같은 공간에서 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신 만큼 사려깊게 다가갈 줄 아는 이가 아니라면 신 만큼은 아니더라도 경험을 충분히 쌓은 이들이나 가능한 것을. 이승에 살며 겪을 수 있는 일들은 거의 다 겪어본 도깨비는, 이제와서야 그의 곁에만 서면 제 감정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는 자신을 새로 알았다.


"좀 무섭기까지 하고."


 눈 앞에 사랑하는 이가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보고 싶고, 보고 있으면 닿고 싶고, 닿고 있으면 잡고 싶고, 잡고 있으면 영영 그렇게 있고 싶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사랑이란게 원래 그런 거니까. 그래도 뭐, 이정도 선은 세상천지가 도깨비의 감정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릴 수준 까지는 아니었다. 이 사단이 난 건 덕화가 가고 수목 미니 시리즈가 마지막화를 하던 그날 밤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어려서 그런가 팔팔해."


 뭐라뭐라 한참동안 제 행복론을 설파하던 덕화는 업체의 연락을 받자 마자 쫓기듯 도깨비 터를 떠났더란다. 붕 소리와 함께 매끄럽게 집터를 빠져나가는 덕화를 보던 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실로 돌아와 여의 곁에 앉을때 까진 그저 그렇지만 곁에 왕 여가 있는 그런 일상이 지나갈 줄만 알았다.


"뭐라길래?"

"'그러다 영영 떠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신은 과장 좀 더해 말했다. 그 소리가 그 소리 맞기도 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내 말이."


 자기 자신의 생애를 걱정하기도 바쁠 인간에게 걱정 한 대접 통크게 받아온 신은 머쓱하게 웃었다. 나눠 먹으래. 뭐. 내 몫까지 챙겨왔어?


"다 털어놓으려고 했는데 전화받고 가버리더라."

"뭘 털어 놔."

"나는 괜찮은데 네가 부끄럼을 많이 타서 기다리고 있다고."


 틈만 보여주면 바로 데려갈 거라고, 미리 말이라도 해두려고 했었는데. 아깝게 됐어.

 뭐. 어디로 데려가려고?

 내 침대로?

 지금은. 뭐. 못 갈 것 같아?


 그는 여를 바라봤다. 승부욕 때문에 제 상태를 냉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타자의 시선에서 살피면 움찔, 주춤, 흠짓, 난리도 아니었다. 신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손을 뻗어 손등으로 뺨을 스치며 거리를 좁혔다. 요동치는 눈가를 보며 손을 잠시 내렸다가, 모르는 척 몸을 완전히 돌려 그를 품에 가뒀다.

 숨결이 닿았다. 도망가는 눈길이 야속해 혀를 섞듯 숨을 섞었다. 어깨 너머를 짚었던 손으로 머리를 받쳐 뉘였다. 소파 한 구석이 깊게 들어갔다.


 못 가지?


 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을 눈만 굴리다가, 결심한 듯 손을 뻗었다. 그의 손 끝이 신의 구레나룻을 스쳤다. 이마라도 대겠지, 생각하던 신에게 놀랄 일이 벌어졌다.


 야. 너, 지금.


 잘 관리되어 말끔한 입술이 다섯 걸음 먼저 와 있던 신에게. 눈 질끈 감고 슬쩍. 그냥,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서는.


"……별……."


 닿았다. 둘이 손을 맞잡았던 어느 순간 만큼이나 어색하게.




 별 거 아니네 따위를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금와서야 신은 생각했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었던 그때 그 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그 자신의 간절함이었다. 눈도 귀도 다 닫아둔 여가 잠깐이나마 열어둔 창구를 그대로 닫히게 둘 순 없다는 절박함.


"……도깨비?"


 신은 막무가내로 제 혀를 그 안에 밀어 넣었다. 결리지 않도록 뒷목을 받쳐 올리던 손을 품에 가두는 족쇄로 썼다. 미처 다물리지 못한 공간이 좁고 뜨겁고 축축했다. 여는 온 몸을 짓누르는 신에게 놀라 눈을 떴지만 그의 눈 너머, 저만 보인다는 것에 훨씬 더 놀랐다. 한때 그는 세상이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이었고 지금은 산 자의 시선보다 망자의 시선을 더 많이 마주하는 존재였다. 그 긴 세월을 보내면서도 익숙해질리 없는 끈적한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가자.


 여는 고개라도 틀려 하면 득달같이 저를 짓누르는 신의 알력에 밀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간지럽고 부끄러운 순간이 민망해 혀를 빼려고 하면 뒷목에 받쳐둔 손을 당겨서라도 온 숨결을 빨아들이는 신이 거셌다. 읍, 으. 그는 이성, 감성 가리지 않고 전부 말려들어간 제 상태를 증명이라도 하듯 양손으로 신의 목을 감았다. 기다렸다는 듯 온 몸이 들렸다.


 내 방.


 순간, 그는 가까운 미래가 덜컥 불안했던 나머지 서로의 생각이 강할 때면 의도치 않게 상대방이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잊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남는 게 시간일 둘에게 잠깐의 망설임은 그야말로 찰나의 일이었지만, 여의 당황이 신에게 툭 던져지자 순간 영겁이 흘렀다.


 잠깐만. 김 신. 잠깐만.


 그러나 곧, 신은 그를 내려줄 생각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혀 끝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입이 다물릴 기미라도 보이면 타액 한 방울 놓치지 않겠다는 양 그의 목을 뒤로 젖혔다. 열 오를 일 없는 몸이 어느새 미지근했다.


 겪어보면 알겠네.


 마침내 입이 떨어져 누구의 타액인지도 모를 타액이 입가에 매달린 걸 여의 눈이 받아들인 순간, 그는 제가 들어간적이 손에 꼽는 신의 방에, 이불을 채 걷지도 않은 침대 위에 안착했다는 걸 알았다. 잠시나마 신이 그의 곁에서 멀어진 그 순간, 그가 맞지 않는 초점을 천천히 맞춰가는 그 동안, 신은 제 니트를 벗어 던졌다. 안에 갖춰 입은 셔츠는 단추를 푸는 것도 거추장 스러웠는지 대충 튿어버리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끝까지."




 요지는 이렇다. 끝까지 갔다. 김 신이. 왕 여를 데리고.


 무슨 정신으로 그랬지. 신은 제 머리를 마구 구겼다. 그 날 그 기억은 신에게 일관되게 얄궂었다. 지금 이 순간마저 그의 손바닥에 신 자신의 머리칼이 감기자 그때 그 순간, 드물게도 땀에 젖어 제 손에 감겨오던 누군가의 머리칼을 그의 의식에 내보냈다. 감촉을. 스탠드 빛을 받아 빛나던 빛깔을. 착 달라 붙었던 이마 끝을. 그리고 가면 갈수록 더 크게 고개를 저으며 온 몸으로 울던 누군가를.


 진실되게 말하자면 이렇다. 김 신은 그를 안았다. 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끝까지.


 그는 그날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야채를 손질하다가 손을 베이는 것 처럼, 겪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일 처럼, 지금 당장은 몰라도 몇 주만 지나면 평소의 둘로 돌아올 것 처럼.

 신은 이러다가 제가 먼저 미쳐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제법 신빙성 있는 추측을 했다.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해서, 그는 제 과오를 이런식으로 묻고 싶지 않았다. 끝의 끝이라도 좋으니 그는 여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러려면 신은 죄책감과 염려를 담아 여에게 하나만 전하면 됐다.

 벽을 세워도 좋고 도망가도 좋아. 분이 풀릴때까지 때려도 좋아. 없던 일로 만들지는 마.


 하지만 어떻게?


 다 덮어놓고 돌진하기엔 저지른 짓이 있었다. 단적으로 신은 제 자신을 처분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인 것 처럼 굴었다. 하루 하루를 향초와 보내고 클래식과 버텼다. 무슨 낯으로 그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할 수 있을 지, 언젠가처럼 그 모든 걸 전할 기회는 있을지. 그 오랜 세월을 살아 놓고도 알지 못하는 게 너무 많아 답답하게 생각하면서도 끝끝내 먼저 다가가지는 않았다. 둘의 관계는 까마득한 과거에 이미 망가진 적이 있었고 그는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홀로 산 세월이 너무나도 긴 도깨비의 내면에 깔려 있는 두려움은 그만큼이나 두텁고도 깊었다.

 바로 다음 날 짐을 싸서 나가지 않은 여에게 감사하면서도 정말 떠나버린다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톡톡히 한 몫을 했다. 한 걸음 다가오는 것 만으로도 그를 거침없이 탐했는데 두 걸음 멀어지기라도 한다면 과연 저는 그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을 지, 끔찍했다.




 신에게 다행인 것이 있다면 그의 생각이 지나치게 강해 그 모든 고뇌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여에게 전부 전달되고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여는 신에게 잠식되었던 몸이 천천히 열기를 뱉어내는 동안 성북구를 엉망진창으로 박살내는 신을 모른척 하고 있었지만, 제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란 것도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그는 밀린 업무를 마저 처리한 뒤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시고는 신이 누워있을 방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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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zl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