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는 서점 내부를 청소하며 한때 트와일라잇을 휩쓸던 소문 하나를 떠올렸다. 헬리오스에서 파견한 클랜 관리소의 매니저가 회사의 사주를 받아 불법 자금을 유통하고 있다나 뭐라나. 지금 와서는 헤프닝으로 밝혀진 지도 꽤 된 일이라 간혹 회사 사람들과 간단하게 식사라도 할 일이 생기면 한 번 씩 나오는 이야깃 거리 수준이 되었지만, 그 당시 그 소문은 알게 모르게 트와일라잇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 또한 관리소 주변에 하루가 다르게 쌓이는 박스 더미를 안 그런 척 흘끗거리며 바라볼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다.
"요새 클랜 관리소에서 부업도 하냐?"
서점에서 근무를 마치고 퇴근해 연합의 아지트로 돌아가면 러쉬톤은 지나가듯 루이스에게 한 마디 툭 던졌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있는 휴톤과 저 멀리서 제 몫의 맥주 한 잔을 들고 오는 도일은 안 그런 척 귀를 열어 두었다는 걸 연합의 사람들이 모두 알았다.
"모르겠어."
트와일라잇은 이미 트리비아 카리나의 도피처가 아니었다. 하지만 흔적은 남아 있었다.
"망하기라도 할라나?"
연합과 회사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었지만, 트와일라잇 안에서는 공성전에 돌입한 게 아니라면 능력을 발현해 싸우지 않았다. 공성전에 참여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었고, 필요하다면 트와일라잇 내부에서만 도는 그랑플람 재단의 주화를 이용해 의복이나 장신구를 구할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면 특정 진영에 소속되어 아지트를 거처로 쓸 수도 있었다.
"망하겠나. 사실이라도 지 혼자 삽질하는긴데."
그러니까 요샌 무슨 일 없나, 싶어 트와일라잇 내부의 소식만을 다루는 신문을 펼쳤을 때 능력자들 간의 무력 충돌이 1 면에 대문짝 만 하게 실려 나오는 시기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어쩌면 브뤼노 올랑이 트와일라잇에 포트레너드의 중심부인 코어레너드를 복제하던 그 순간, 그가 복제한 건 공간 뿐만 아니라 능력자들이 숨통을 트고 사는 코어레너드의 분위기까지 포함했던 걸지도 몰랐다.
"망할땐 망하더라도 우리 클랜 허가는 내주고 망했으면 좋겠다~"
"클랜?"
"어! 우리 클랜 신청했다. 몰랐지?"
연합과 회사가 힘을 합쳐 포트레너드를 재건하던 시기 만큼은 아니더라도 능력자라면 살 만한 곳이었다. 하물며 그 시절을 직접 겪은 사이퍼들은 은연중에 그 당시 그 분위기를 그리워 했다. 그건 조금 먼 과거, 도피처를 찾아 홀로 트와일라잇을 걷던 카리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도시는 그런식으로 평화로웠다.
"연합에서?"
"아니, 이렇게 셋만."
그는 그 순간에 저를 보며 씩 웃던 러쉬톤의 얼굴과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클랜명도 가르쳐줄까? 부어라의 부, 마셔라의 마, 합쳐서 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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