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15. 10. 7. 22:38

 하제님 리퀘스트 - 소재는 낙엽 + 커플링 + 낡은 가죽장갑


 그는 성당에서 나와 평소 가던 길과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바람은 아이들이 맞기에는 조금 찼고, 성인이 맞기에는 적당했다. 길가에는 막 떨어지기 시작한 나뭇잎들이 사방팔방 흩날리고 있었다. 그네들의 요란함이야 모든것을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광경이라는 걸 아는 그는, 평소라면 손을 저어 털어냈을 낙엽을 그대로 제 어깨 위에 올려 두었다.

 드물게 하늘이 맑았다. 그는 비현실적인 그 공간을 떠올린다. 사망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전략은 있어도 모략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그는 자신의 이상을 펼쳐 보였다. 안개의 영향력을 제하더라도 그는 액자 안에서 가장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사이퍼였다. 

 계약 기간이 끝난 후 그는 안개가 깃든 물건들은 대부분 액자 속에 남겨두고 떠났다. 사적으로는 연인의 손이 닿았던 갑주와 그당시를 기억할 물건을 몇 개 남겼. 갑주는 저택에 잘 보관해 두었다. 반지 한 쌍은 코트 안 주머니에 항상 들어가 있는 신세다. 다 헤진 장갑은 그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그는 홀로 이 거리에 서 있었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때면 주저없이 명예를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그 탓에 전쟁이 끝나고 나면 영원히 안식을 취하고 있을 사이퍼로 가장 먼저 손꼽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안식을 취하고 있으나, 영원한 안식은 아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본 근무지인 아틀라티코 드라군으로 돌아가야 하며, 실제로도 그럴 준비는 끝마쳐둔지 오래였다. 그가 한 공간에 목적없이 이토록 오래 머물고 있는 이유는 하나, 한 줌 남은 미련이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떠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그를 보고 싶었다. 헛된 욕심이라도 단 한 번, 그를 볼 수 있다면. 그는 주머니 안에 넣어둔 반지 한 쌍을 제 손 안에 두고 굴리다가, 소중히 그러모아 제 품에 다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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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zl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