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제 눈 앞에 놓인 케이크를 바라보기만 했다. 케이크 위에는 자그마한 딸기가 하나 올라가 있었고, 결 마다 초코가 발려 있었다. 시럽을 한 번 덧발랐는지 유독 케이크는 반짝거렸다. 보기만 해도 단 내가 풍겨오는 듯 했다. 기실 작은 티 테이블 위에 놓인 것들은 다 그랬는데, 한쪽엔 초코가 왕창, 다른 쪽에는 슈크림이 왕창, 가운데에는 두 가지가 섞여서 왕창, 그 위에는 시럽을 또 한 번 왕창, 하는 식이었다.
"도련님."
"네, 아니, 응."
"다리오 경 께서 늦으실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말동무가 되어드릴까요?"
"아, 아니요."
"아니면 다른 케이크로 바꿔 드릴까요?"
"아니! 아니! 괜찮아! 괜찮아요."
바꾸면 바꿀수록 제 것보다 더 단 케이크가 제 몫으로 떨어지는 걸 여러번 겪었던 아이는 허둥지둥 손사래를 쳤다. 사용인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달라 말하고는 아이의 등 뒤로 물러났다.
아이는 셔츠로 제 눈을 슥슥 부볐다. 주변에는 달큰한 향내가 가득 풍겼다. 평생을 구두공장에서 살았을 아이에게 요원한 일이었다. 아이의 어미와 아비조차 겪어본 적 없을 것이다. 당장 아이는 제 몸에 닿을 셔츠가 이만큼 하얄 일도, 구겨진 흔적 하나 없는 바지를 입을 일도 없었다. 알지 못하는 세계에 닿은 아이에게 평화롭기 그지없는 저택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근래들어 세간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굶주린 사람이 어떤 저택에 들어가면 귀족이 되어 나온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동화속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는 곧 잊혀졌지만 저택은 건재했고, 저택의 주인도 여전히 그 저택에서 살았다. 나이가 넘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흠잡을 곳 없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큰 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름 높은 이였다.
"오셨습니까."
"음."
그는 외투를 건네며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열흘 만의 귀환이었지만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말끔해 보였다.
"다리오 경은?"
"서재에 계십니다."
다리오 드렉슬러가 공식적으로 다리오 가에서 제명된 지 오래였지만, 그는 저택 안에서 여전히 귀족으로 대접 받았다. 당사자는 그럴 때 마다 질색하며 칭호를 거두라 일렀지만 저택의 주인이 거듭 일러두었으므로 사용인들은 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준비가 끝나면 부르게."
그는 계단을 오르며 지난 밤 눈꺼풀 너머에서 본 모습을 떠올렸다. 눈에, 저를 안고 다가와 안기는 모습이 선했다. 그는 업무로 저택을 비운 기간 내내 제 것이되 제 것이 아닌 그에게 한참을 시달려야 했다. 제가 보는 그의 모습이 어떤 형태였는지 그 끝을 정해두지 않은 채로 전부 본 셈이다. 그는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제 자신의 밑바닥을 볼 줄은 몰랐기 때문에, 호텔 침대맡에서 일출을 볼 때 마다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녀오기 전 처럼, 계단을 올라 몸을 틀어 거닐면 저쪽 끝 방에 있을 당신을 안다. 업무를 처리하고 있거나,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등을 맞댄 시간을 믿기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그의 작품과 같아 그가 직접 보여주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알베르토?"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 마자 그의 모습을 보고 마는 것은.
"내 사랑."
감히 운명을 입에 담았다. 수십 가지의 생각이 씻겨내려가고 자신이 그의 앞에 서 있다는 것 하나만 남았다. 보름 만에 다시 본 그는 여전히 자신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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