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15. 9. 13. 02:15

 


그는 알베르토 로라스의 죄로서 존재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는 당당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다리오 드렉슬러의 시야 내에서 그들은 자기 자신을 맹신하는 이에 지나지 않았다. 눈을 가리고 코를 막은 뒤 입 안에 먹을거리만 집어넣어도 어떤 음식인지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건만, 훨씬 더 민감한 영역일 감정에 있어서 자기 자신의 직감 하나만 가지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믿음직스럽단 말인가?

 제게 달려들었던 이의 믿음이 굳건해질수록 그의 믿음은 수직으로 처박혔다. 그는 믿음과 함께 시선까지 수직으로 내려 방바닥을 뒹굴던 옷가지를 헤집었다. 그새 구김이 가 있어 평소라면 한 벌 따로 꺼낼 일이었지만,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원칙을 버릴 수 있었다.

 원칙?

"쯧."

 그의 언어는 아니지만 "원칙"대로라면 그는 한참 전에 알베르토 로라스를 쳐냈어야 했다.

그에게 애정이 생겨나기 전, 좀 더 가자면, 제 뇌리에 어느새 그의 신념이 처박히기 전, 끝까지 가자면, 그 전.


 알베르토 로라스의 작위는 안정적이었다. 이 시대에 와서 작위란 통상적인 권위는 거의 희석되었지만 어떤 영역에서는 여전히 유효했다. 그 즈음 가문을 나온 지도 제법 되었던 차에 자본을 마련하고자 안정적인 수요를 찾던 드렉슬러는 시선을 위로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명석한 그는 곧 제가 던져두었던 작위가 발판이 되어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깨우쳤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발판이 되어 줄 가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으나 그는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한 놈만 잘 뚫어놔도 될 것 같은데."

 그에게 권위는 허점투성이의 비합리적인 시스템이었다. 뛰쳐나왔지만, 그는 그 시스템에서 태어나 살다 나온 이였으므로 어느 부분이 허점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구식의 시스템은 구식으로 뚫으면 그만이었다.

 입소문 한 번이면 그네들은 쉬이 제 재산을 맡긴다.

 그렇다면 한 번만 뚫으면 될 일이 아닌가?

 제 무구에게 어울리는 귀족 한 사람만 있으면 모든 일은 순조롭게 돌아갈 것이다. 드렉슬러는 제 무기의 상징이 되어줄 이를 찾기 시작했다. 강인할 것, 여기서 80 퍼센트는 나가떨어졌다. 신실할 것, 90 퍼센트가 추가로 미끌어졌다. 제가 만들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할 것, 단 한 명만 남았다.

 신념을 무기삼아 능력을 사용하는 자.

"하."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 또한 인간이었다. 

"알베르토 경은 공적인 업무가 아닌 경우 한 달에 두세 분의 방문만 받고 있습니다."

"……."

그는 넌덜머리를 내며 가문을 나온 이유가 귀족성 그 자체였음을 간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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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zl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