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선택해야 했다. 이유모를 애정이란 거부감과 무기력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사랑이야."
외면, 회피, 부정……. 온갖 감정들을 행상인마냥 늘어놓아도 자신의 감정을 진리로 삼은 양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이 제 앞에 있었다.
"자네만 생각하는 나를 봐. 어떻게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닐 수가 있지?"
사내는 이런 이들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전 까지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처럼 굴다가 손에 넣게 되는 순간 모든 열정이 식어 떠나버리는 사람이라면, 쟁취했다는 감정만 누리게 해주면 된다.
"대답을 원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구태여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당신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사내는 그가 없는 미래를 그렸다. 아렸고, 행복했다.
"끝나고 와."
안녕. 미래였을지 모를…….
사내는 손을 뻗었다.
그는 쉴새없이 입맞추며 사내의 옷가지를 끌러내렸다. 사내는 간혹 제 옷가지를 벗기는 손길엔 시선을 피하였으나 간혹 시선을 들 때면 환희에 차 그 어느때보다 빛나는 이를 목도할 수 있었다. 사내는, 그 모습을 제 심장에 새기곤 눈을 감았다.
셔츠가 먼저 끌러졌던가 버클이 먼저 풀렸던가. 어느쪽이건 사내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지금 사내는 제 위에 올라탄 이를 어떻게 하면 빨리 떠나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성향과는 별개로 그는 좋은 고객이자 조언자였다. 그것까지 놓고 싶지는 않았다. 이기적이군. 사내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옷가지가 몸을 떠나 바닥에 새 거처를 마련했다. 몸이 조금 떨렸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고 있는 사내는 몸이 떨리는지 마음이 떨리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어림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 너의 원죄였던가.
사내는 의식을 가라 앉혔다. 의식은 감정에 파묻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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