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15. 5. 26. 23:59


"이건 우리 공주님께 온 편지고, 이건... 알베르토 경!"
"무슨 일인가?"


편지가 왔다.


중요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연구실 - 회사 - 트와일라잇 혹은 수련장 - 숙소를 벗어나지 않는 드렉슬러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의 일상에 우체통을 본다는 선택지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어느새 드렉슬러의 우편물은 로라스에게 제일 먼저 전해지고 있었다. 문제라면 당사자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인데, 결국엔 드렉슬러가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일지 호타루의 주도하에 내기판까지 벌어질 지경이었다.

"화내실 것 같지 않어요? 다리오 경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자기 자신일텐데.."
"아예 관심 없을 것 같지 않아?"

진작에 말릴 사람들까지 끼어들어 판이 커지자 평소 펜팔때문에 우체국에 자주 들락날락하는 엘리셔가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 그래서 다리오 경에게 편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아이가 있다면 받을 수 있는 돈이 무척 늘어날거라고 하셨거든요. 요즘엔 아예 알베르토 경에게 한꺼번에 보낸다고 해요."

드렉슬러는 커다란 펍을 하루 종일 빌릴만큼의 돈이 걸린지도 모른채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러냐? 어쩐지 편하더라. 이왕 받은김에 확인도 대신 해달라고 전해줘. 클랜 관리까지 하느라 신경쓸 게 너무 많아. 귀찮아 죽겠어."


로라스는 익숙하게 편지 봉투를 뜯었다. 약간의 죄책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지만, 신뢰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ㅡ드렉슬러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한 말이었으나 엘리셔를 거치자 믿을만한 사람에게 특별히 한 부탁으로 바뀌어 있었다ㅡ그는 어느새 드렉슬러의 앞으로 오는 것들은 자신이 먼저 뜯어보고 있었다.

<< 정기 동창 모임 >>

"벌써 때가 그렇게 됐나."

로라스는 편지를 다시 봉투 안에 넣고 통째로 한쪽 구석에 밀어넣었다. 세월 참 빨리도 지나간다 싶었다. 두 사람 다 일곱 살에 황실의 선택을 받았고 똑같은 훈련과정을 거쳤지만, 처음 만난건 열 다섯 살, 성년식을 치른 뒤 수도에서였다. 그 전 까지 모든 것을 견뎌낸 아이들이 수도에 모여 다 같이 성년식을 치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바로 그 때, 상극으로 벌어져 있던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것이다.


"엄연히 말하면 동창은 아닌 셈인가?"



140831 씀.

Posted by _zl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