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14. 9. 15. 02:04

다리오 부인이 임신했을 적에, 다리오 가 사람들은 부인의 뱃 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아이인것 같다는 의사의 말만 믿고 미리 드렉슬러라는 이름을 받아뒀었다. 그런데 웬걸, 임신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시 확인했더니 아이의 성별이 여자였던 것이다. 다리오 부부는 아이를 준비해뒀던 물건들을 대대적으로 갈아치워야 했었지만, 이미 받아둔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겠다 싶었는지 아이는 드렉슬러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렉스, 내 왕이 되어줘.

……로라스는 그 당시의 다리오 부부의 선택 덕분에 제 청혼 문구가 그럭저럭 괜찮아진게 아닌가 하고 프로포즈 당시를 회상하곤 한다. 청혼을 받은 그녀는 드물게도 시선을 피한 채ㅡ평소엔 그리도 당당하던 사람이다ㅡ 로라스 품에 숨어 어쩔 줄을 몰라하며 도리질을 쳤고, 카페 하나를 통째로 빌린 덕택에 그 모습은 로라스 혼자서 차지할 수 있었다.

"로라스."

아, 그녀의 목소리. 로라스는 저도모르게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를 자각하지 못한 채, 물 한 잔을 들고 천천히 침실로 걸어갔다.


로라스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로망은 오월의 신부였다. 매스컴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이미지이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고지식 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그에게 딱 어울린다며 낄낄대는 친구들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기어코 그는 오 월의 마지막 날에 간신히 결혼식 날짜를 맞춰 제 로망을 실현해보였다.

"생일 축하해, 렉스."

그는 드렉슬러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잠에서 막 깼는지 앉아서 눈만 비비고 있던 그녀는 익숙하게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응,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러곤 서로 마주보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씩 웃고 마는 아침이다.

"아이도 제 어머니가 생일인 걸 알아야 할텐데."

로라스는 드렉슬러에게 잔을 건네며 말했다. 그 로라스에 그 드렉슬러면 아이도 장난아닐거라며 부부의 주변 사람들을 한껏 긴장시켰던 뱃속의 아이는 의외로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다. 저번 달 쯤에 닥쳐온 입덧도 평범한 이들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입덧도 거의 다 끝나가는 걸 보면 이미 알고 있었던걸지도 모르지."

굳이 특이한 점을 말하자면 두 부부가 입덧을 같이 앓았다는 것 정도였는데 그나마도 이젠 막바지였다. 담당 의사는 두 사람이 같이 앓으니 다른 이들의 입덧보다 조금 빨리 끝나는 걸지도 모르겠다며 짐짓 진지하게 말했다.

"그렇군."

로라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빈 컵을 건네 받아 작은 탁자 위에 올려두며 장난스레 한 마디 덧붙였다.

"어머니 자신도 기억하지 못한 생일을 알고 챙겨주다니, 아주 똑똑한 모양이지."

그녀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그런 거 한 번 정도 기억 못 할 수도 있지, 뭘!"
"하하."

그는 너스레를 떨며 그녀를 제 품에 가뒀다. 햇살 가득한 향이 난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가만 드렉슬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오늘이 내 생일인걸 알게된 이상… 오늘은 집 밖에 안 나갈거야. "

로라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데이트 신청하면?"
"음."

드렉슬러는 잠시 고민하더니 곧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럼 나부터 씻을래."
"그러게. 그동안 못 먹었던 것들이나 실컷 먹으러 가지."

아닌 척 했었지만 그도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필이면 평소에 그리 좋아하던 아로스 네그레가 말썽이어서 봤다 하면 입을 틀어막아야 했으니. 보나마나 점심은 자주 들렀던 곳일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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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zl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