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여유가 생길 때면 루이스는 책을, 혹은 광장을, 혹은 광장의 사람들을 관찰했다. 관찰은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오랜 취미였다. SPEAR는 그의 시선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장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클랜 관리소를 운영하는 그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루이스의 관찰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날도 서점에서 책을 보던 루이스는 눈이 피로해 시선을 들어 올렸다가, 그 너머에서 어딘가를 향해 평소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SPEAR을 봤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연합의 일을 되짚던 그는 최근에는 별다를 일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는 늘 그렇듯 저를 찾아오는 사람을 피하나 보다 싶어 시선을 다시 책으로 내렸다.
그의 눈에 비친 SPEAR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서점 근처를 청소할 때 마다 늘 들리는 소리가 그랬다. 그렇다고 제 일을 내팽겨치는 사람은 또 아니었다. 클랜 관리소가 열려 있는 시간대에 관리소를 찾아가면, 사람들은 누구나 푸른 제복을 갖춰 입고 사람들을 대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천재니 괴짜니 별별 말들이 다 돌 지경이지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선 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모든 걸 직접 지켜본 루이스는 요기 라즈가 이미 회사 소속인 SPEAR에게 눈독을 들였던 이유가 천재성 하나 뿐만은 아니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연합에서 SPEAR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제대로 된 영입 기회가 연합 측에 있었다면 그의 소속이 회사가 아니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던 요기 라즈의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우선, 외곬이니 뭐니 해도 SPEAR는 쥔 게 너무 많았다. 그가 가진 기술이나 자본을 노리고 그를 찾는 사람만 해도 달 마다 한두 명 씩은 클랜 관리소를 찾았다. 그들 대부분이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가 본 SPEAR는 그런 사람들을 제 곁에서 치워버리는 과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처리했다. 그건 중요했다. 그 치들이 나가 떨어지는 광경에 연합의 사람들을 얹어 보니 위화감 하나 없이 너무 잘 들어 맞았던 것이다.
"드렉슬러, 있, 이런."
게다가 그의 재능이 아닌 다른 면까지 같이 보는 사람 마저 그의 곁에 따로 있었다.
"혹시 클랜 관리소가 오늘 문을 닫았나?"
FAITH는 루이스에게 다가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을 걸었다.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혹은 연합과 회사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껄끄러울 법도 한데 그에게는 영 그런 면이 비치질 않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한결같았다.
거기에 FAITH는 생각보다 제 일터에 자주 안 보이는 사람 축에 가까웠다. 당장 오늘만 해도 하루종일 광장에 보이질 않다가 클랜 관리소가 닫고 나서야 광장에 모습을 비친 것이기도 했다. 그런 FAITH는 관찰로 사람을 파악하는 데에 익숙한 그의 입장에선 SPEAR보다 더 알기 힘든 사람이었다.
"…늘 닫던 시간에 닫았습니다. 십 분쯤 전에."
그렇다고 SPEAR가 알기 쉬운 사람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으니, 회사의 의중을 알 것 같기도 하고.
"고맙네."
FAITH는 제 앞에서 생각에 빠진 그를 발견하고는 겉치레로라도 물어볼 법 했던 SPEAR의 행선지 한 번 안 물어보고 훌쩍 떠났다. 그는 저를 뒤로한 채 떠나는 FAITH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또다시 생각했다. 이젠 궁금할 지경인데. 아틀라티코 드라군이 원래 다들 독특한 건지, 그런 사람들이 아틀라티코 드라군이 되는 건지, 아니면 아틀라티코 드라군에서도 그런 사람들만 이곳에 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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