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뒤, 트와일라잇에서 업무를 맡고 있는 능력자들끼리 술판을 벌였다. 비능력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능력자들도 사람인지라 24 시간 365 일 매 번 촉각을 곤두 세우며 살지는 않았다. 이해관계가 꼬여 있다곤 해도 같은 장소에서 일하다 보면 어떻게든 마주칠 일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공성전에 참여하랴, 업무 처리하랴, 몇중고를 겪는 능력자들은 한 순간 만이라도 긴장을 풀자는 ATTRACTIVE의 제안은 곧잘 받아들일 정도로 항상 지쳐 있었다.
"salon?"
거기에 SPEAR는 말 한 마디를 더 얹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허구한 날 치고박고 싸우는 사이에 안전 장치 하나 안 만들고 쉴 수 있겠어? 부정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이야기를 당연하다는듯 꺼낸 그는 그때그때 임시로 암호를 쓰자는 보완책을 함께 내 놓았다.
"drowning."
그들은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한 번 판을 벌였다 하면 광장 근처의 작은 펍 전체를 빌렸다. 그날의 루이스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정을 마치고 펍에 들어섰는데, 드물고 놀랍게도 SPEAR가 앉아 있었다. 보통 그는 사람들을 꺼렸고, 사람들은 그와의 대화를 꺼렸지만, 시기가 시기였던 터라 소문의 주인공께서 납셨다는 소식에 덩달아 술판에 끼어든 사람도 제법 있었는지 가게가 꽉 차 버벅였다.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루이스는 ATTRACTIVE에게 눈짓으로 인사하며 빈 자리에 앉았다. 저 멀리서 테이블을 지켜보던 주인장이 곧 맥주가 가득 찬 잔 하나를 가져왔고, BLADE가 넘겨받아 그에게 잔을 건넸다.
"못 올 줄 알았더니?"
"SPEAR."
"왜? 아까 서점 근처에서 능력자 한 명이 폭주할 뻔 한 걸 쟤 혼자 막았는데."
무례한 언사에 SPEAR를 슬금슬금 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순간에 루이스에게 쏠렸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야."
"해야 할 일!"
SPEAR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의자로 몸을 쭉 기대며 투덜댔다.
"회사가 ICE의 반 만큼 만이라도 해야 할 일을 하면 나한테도 연구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을 걸."
광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회사에 소속된 사람이 많아 술자리에 자주 끼지는 않았던 루이스지만, 그런 그도 늘 바쁜 그 BLADE가 왜 이 술자리 만큼은 꼬박꼬박 참석하는지 그 이유는 알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소속에 상관없이 광장에서 일하는 사이퍼라면 모두 들어올 수 있는 술자리라서 그런 줄 알았지만, 그 이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
BLADE는 SPEAR의 말에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말리지도 않았다. 루이스는 그런 BLADE의 태도를 대리만족으로 명명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다, 조명이 어두운 편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 밑이 거뭇한 것도 같았다. 설마 두 사람이 함께 헬리오스의 자금줄을 쥐고 횡령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모른척 SECRETARY와 잔을 부딪치고는 단숨에 맥주를 들이켰다.
"그러다 아주 가겠네?"
"아주 가기 전에 사람 좀 더 보내달라고 매 분기 마다 요청 넣잖아.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건데?"
"혼자서도 잘만 처리 하는데 회사가 사람을 더 보내야 할 이유가 있겠어? 조사라도 해 볼까?"
SECRETARY가 대뜸 외쳤다. 클랜 건 관련해서 SPEAR 혼자 해결 못 한 건 본 사람? 평소보다 좀더 높은 톤으로 펍을 뒤흔든 그녀의 외침엔 VIGOR도 못 당했다. 그는 껄껄 웃으며 젊은이가 제법이군, 혼잣말을 하며 제 수염을 쓰다듬을 뿐 나서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취했어?"
"아직 한 잔밖에 안 마셨어."
그리고 루이스는 며칠 전 러쉬톤이 들려준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소문의 뒤가 구려서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는 중인데, 연합에서도 마음이 특히 잘 맞는 사람들끼리 클랜을 만들겠다며 그를 찾아간 능력자가 몇 있었지만 문제가 생겼다며 연합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자금상의 문제만 이야기했으니 섣불리 소문에 휩쓸리지 말라고.
"항상 박스가 쌓여 있는 걸 보면 바빠 보이긴 하더군. 세간에 소문이 돌 정도다."
하지만 그 BLADE가 말을 보태는 걸 보면 일상적인 건 아니었다. 소문 자체도 그 BLADE가 알 정도라면 광장에 나다니는 대부분의 능력자들은 다들 한 마디 씩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야기가 나올 법도 했다.
"그 박스는 신경쓰지마. 곧 다들 알게 될 거니까."
루이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SECRETARY가 그 선에서 이야기를 끊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그 건 때문에 나도 퇴근을 제때 못 해서 지긋지긋할 지경이라고."
으, 갑자기 골 아픈데. 먼저 간다. SPEAR는 앓는 소리를 내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제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펍을 나서는 바람에, 트와일라잇에서 업무를 볼 때면 항상 갖춰 입는 푸른 제복 외투를 두고 가버렸다. 루이스는 좋은 구실이 생겼다고 생각하며 먼저 일어나는 김에 그에게 옷을 전해 주겠다고 말하고는 빠르게 펍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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