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18. 5. 4. 02:20

 


 루이스가 알기로 SPEAR의 걸음걸이는 겉에 어떤 옷을 입건 안에 갖춰입는 보호구가 많아 다소 느린 편이었다. 펍에서 술도 한 잔 걸쳤으니 평소보다 조금 더 느릿느릿 걸어갈테고, 그러면 조금만 서두르면 곧 따라잡을 수 있단 생각까지 닿은 루이스는 한 손에 SPEAR의 겉옷을 들고 발 밑에 얼음길을 내 트와일라잇을 가로질렀다. 그날따라 안개가 짙어 발 밑에 열린 길이 조금 더 길고 오래 열렸다. 하지만 술을 마신 건 그도 마찬가지였고, 평소보다 몇 번 더 길을 내고 나서야 SPEAR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어, 오늘 내가 말 안 했었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높았다. 자신에게 한 인사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을 한 루이스는 SPEAR의 곁에 다가가 인사를 하는 대신 본능적으로 급히 몸을 숨겼다. 술기운이 도는 와중에도 운이 좋다면 클랜 관리소에 도는 횡령건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그를 감쌌다.


"이사와 한 잔 했나?"


 루이스는 저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다. 


"광장 회식."


 FAITH가 트와일라잇에는 무슨 일이지? 공성전 일정이 있었나? 루이스는 기억을 더듬었지만 가장 최근에 벌어진 공성전은 한 달 전 일이었고, 바로 다음에 벌어질 공성전은 다음 달 초는 되어야 인원을 추릴거라는 앤지 헌트의 이야기만 떠올랐을 뿐 근래에 FAITH가 트와일라잇까지 와야 할 일은 없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날을 잘못 잡았나?"

"바람 좀 쐬니 나아졌어. 잠깐 들렀다 가."


 루이스가 잠시간 제 생각에 빠진 사이, 가로등 앞에서 서 있던 두 용기사는 어느새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클랜 관리소 방향이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고생이 많군."

"나야 얼마 안 남았으니 상관 없지. 그 뒤엔 네 차례 아니겠냐?"


 SPEAR는 클랜 관리소 바로 앞에 설치된 부스 한 구석에 끝도 모르고 쌓여 있던 박스 한 상자를 건넸다. 소문의 근원이었다. 루이스는 숨을 죽이며 근처에 몸을 숨겼다. 회사와 연합이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와중에도 트와일라잇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었다. 비능력자들의 시선이 여전히 고통스러울 능력자들에게 트와일라잇은 복제된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런 공간을 회사의 몇 사람이 망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루이스도 그들을 가만 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루이스의 시선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면 내 업무도 좀 줄어들 거고, 연구할 시간도 생기겠지."


 SPEAR는 항상 시간을 이야기했다. 그냥 시간도 아니고 연구할 시간만을 콕찝어 이야기했다. 루이스는 클랜 활동비를 횡령하는 것과 개인적으로 연구를 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 사이에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말끔하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러쉬톤도 자금에 관련된 이야기 만을 귀띔했을 뿐, SPEAR의 시간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말이 없었다.


"회사가 자네를 가만 둘 것 같지는 않아."

"요 몇 달 동안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였어. 뭘 더 시킨다고 그래?"


 한밤 중 휑한 광장에 SPEAR 특유의 툴툴대는 톤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울려퍼졌다. 루이스는 정신을 다잡았다.


"적당히 좀 하고 나 좀 놔두라고 해. 클랜 정책 한 번 바꿀 때 마다 내 여섯 달이 그냥 날아가."

"그냥 두기에 자네는 너무 유능하지. 나는 회사를 이해하네."

"야, 너는 나를 이해해야지."

"원한다면 그대의 뒤에 있겠네. 그게 내 이해의 방식이야."


 그에게 두 사람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SPEAR의 뒤에 FAITH가 있을 거라는 말은 중요했다. 그는 순식간에 SPEAR, BLADE에 이어 FAITH까지 소문에 엮여 있는지 의심하는 처지가 됐다. 


"당장 필요하겠는데. 그것도 엄청."


 이때까지만 해도 루이스는 잘못하면 자신이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내가 필요한 일이 있나?"

"모레쯤에 본사 갈 거야. 저 박스 얼른 치워버리자고."


 하지만 FAITH는 상자를 잠시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을 뿐, 그 뒤엔 뚜껑을 닫아 상자 더미 위에 다시 올려두었다. 


"불러주게."


 SPEAR는 웃으며 FAITH의 어깨에 양 손을 얹었다. FAITH의 한 손이 SPEAR의 허리에 감겼다.


"그래."


 두 그림자가 겹쳤다. 소리는 덤이었다. 그제서야 그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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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zl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