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blin2017. 2. 7. 04:04



 여는 도망쳤


 도피를 잊은지 근 삼백 년이었다. 까마득히 높은 자는 언제나 제 권능이 닿는 모든 곳을 살폈으므로 차사가 된 뒤에야 의미가 없을 것이기에 자연히 그의 도피란 이름과 맞닿은 생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지켜보는 자는 그의 모든 도피를 방관했으나 한 번, 생에서 마저 도망치는 순간 손을 들었다. 여의 도피는 여에게서 떠났으며 그는 그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공간에서 제 자신을 마주했다. 그 순간부터 도망이란 그의 영역이 아니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조차 옅어지던 날, 그는 다른 이의 생을 맺는 사자가 되었다. 여는 높낮이 없는 말투를 쓰던 인사담당관을 기억한다. 


"퇴직할 때 반납하십시오."


 절대자로서의 배려였다. 내려보낼 때 챙기지 못했던가 싶어 권능을 조금 떼 쥐여주던 게 시스템을 갖춰 그에게까지 닿았더란다. 친히 허락한 권능이건만 단 한 번을 철회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미 도피를 받아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의 도피는 무엇인가?



 신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기원이 닿아 존재를 뛰어넘은 존재다. 인간이었던 시절을 뚜렷이 기억하지만, 그의 기억이 지금 이 순간의 김 신을 인간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인간의 형체를 하고 인간의 활동을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그의 죄는 삶에 대한 도피가 아니기에 사자였던 적도 없다. 따지고 따지면 업이 끝난 지금의 그는 인간의 소원을 매개로한 신이었다. 다르고 높은 존재로서 땅에 내린 무언가일 것이고, 사자 보다야 높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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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zl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