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레님이 의뢰해주신 커미션입니다.
* 로라드렉(로라스x드렉슬러 // Cyphers).
* 드렉슬러 생일챙겨주겠다고 꿈질꿈질 뭔가 준비하다가 드렉슬러 본인이 생일까먹는바람에 연구실 문잠그고 안나와서 소박맞은(?) 로라스가 시무루기 츄우기(제딴엔 티안낸다고 하는데 다 보임) 하는걸 보다못한 드렉슬러의 화해떡시도
* 중편 커미션 (1/2), 각 3500자(현재 편 : 35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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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와 그 남자의 요지경
그날도 드렉슬러는 업무를 보고 있었다. 릭 톰슨이 공간의 문만 남겨두고 떠난 이후로 그는 가까운곳에 있는 서점 말고는 위안을 얻을만한 곳이 없었다. 그나마도 능력자들이 찾아오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때나 되어서야 가끔 들러 한두 권 집어들고 나올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제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하는 천재였다. 그의 연구실에서는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장난감이 나왔고, 간혹 세상을 뒤집을 역작이 나왔다.
드렉슬러는 기본적으로 효율을 따졌다. 그의 역작 중 하나인 전투 의상이 그랬다. 귀족들의 복식이 가지는 상징성만 생각했다면 거기에 갑옷을 덧댄다는 발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것들은 그의 휴식시간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이는 발명품의 가치와는 상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비 효율적이었다. 부조리를 탓할 법도 하건만, 그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당연한 거 아냐?"
로라스는 가벼이 웃었다. 본디 그의 영역은 아니었다만, 그는 드렉슬러와 연인이 된 이후 절반쯤은 자신에게도 그 책임이 있는 양 굴었다. 드렉슬러는 그것을 간섭으로 받아 넘기고 싶어했지만, 연인이 되기 전부터 그가 한 말은 틀릴 적 보다야 맞을 때가 많았다.
"그렇다면 난 자네의 시간을 지켜야겠지."
로라스는 연인의 등 뒤로 성큼 다가서서 드렉슬러의 두 눈을 가렸다. 한참 클랜전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그는 연인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지 네 시간 만에 고개를 들었다.
"로라스?"
"가세. 식사라도 같이 하지."
일상이었다. 덤덤한. 두 사람은 그런 일상에 대체로 만족했다. 로라스는 연인이 어디로 샐 지 몰라 항상 찾아 나서야 했던 과거를 마치고 트와일라잇 한복판에 가면 연인이 서 있는 현재를 손에 넣었다. 드렉슬러는 연인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매 점심 마다 그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꼴을 볼 필요가 없어 만족스러웠다.
사람이 빵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완전한 일탈을 꿈꾸기에는 그들의 현실이 제법 무거웠다. 자연히 그들은 아주 소소한 일탈만을 바랐다. 평소보다 십 분 일찍 트와일라잇에 도착하는 로라스나, 먼저 퇴근해서 두 사람 분의 빨래를 대신 해놓는 드렉슬러와 같은 것들이 그랬다. 해서 그들은 '당연히 특별한 날'을 알게모르게 바랐던 걸지도 모른다.
그는 단 하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 전, 비번인 날에 휴가를 쓰겠다며 회사에 들렀던 그는 얼마간의 휴가를 받아냈다. 그가 직접 휴가를 따낼때면 완급조절을 위한 휴식기거나 공식적인 일정이 있었기에, 직원들은 그러려니 하며 알베르토 로라스의 일정 며칠을 뺐다. 이 주일 전에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남는 시간에 전화를 돌렸다.
"오늘도 고생이 많네."
"뒤치닥꺼리나 하려고 온 게 아니었는데."
"이번 주 화장실 청소는 자네였어."
"알아."
드렉슬러는 툴툴대기만 했다. 두 사람 다 그 이야기가 아닌 것은 알지만 이런 종류의 불만은 내뱉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들은 푸념을 안개속에 흩어버렸다. 신세 한탄은 가벼운 업무 한탄이 되었다. 조금 가라앉은 것 같기도 했다.
"언제쯤 할 참인가? 시간이 정 나지 않으면 대신 하지."
그는 봉투 한 장을 꺼내며 대답했다.
"오늘 내일, 이틀 안에 다 할 거야."
"정말인가?"
"당분간 못 들어가니까 날 잡아서 미리 해놓고 가려고."
로라스는 그때 제 직감을 믿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인의 정복 바로 위, 저 대신 그의 어깨를 잡아주는 견장이 노을을 머금은 것을 보고 만 그는 고개만 몇 번 주억이고 말았다.
드렉슬러의 연구실은 몇 번의 헤프닝을 거치면서 유사시에는 방공호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연구실 안에 들어가 있는 이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그의 집중력이 실로 무시무시하다는 데에 있었다. 그는 가끔씩 제가 문을 걸어 잠궜다는 사실도 잊고 연구에 몰두했다. 그래도 로라스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다른날도 아니고 자기 자신의 생일인데, 연구실에 있을지라도 그를 찾아올 저의 존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오랜만에 빼입은 정장이 조금 불편했지만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연구실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드렉슬러. 있나?"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드렉슬러?"
로라스는 한 번 더 문을 두드렸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
로라스는 문 앞에 한참동안 서 있다가 대뜸 주저앉았다. 사무실로 돌아가 전화라도 걸까 하다가 곧 그만두었다. 연구실 안에 전화기가 있다지만, 한 번 집중하기 시작한 이상 이 소리나 저 소리나 그가 듣지 못하는 것은 같았다.
그는 완전히 잘못 짠 전략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모든 것을 다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패턴 하나를 간과해 다 망쳐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기 전에, 그러니까, 전날 밤부터 그와 함께 있었더라면 이야기는 또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자정이 되자 마자 24 시간을 모두 제 '여가 활동'에 쓸 드렉슬러에게 한 번 쯤은 브레이크의 존재를 알렸다면 예약한 곳에 가지는 않더라도 곁에 의자 하나 정도는 내 주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가 알고 있는 다리오 드렉슬러라면 9월 3일이 자기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이 몇월 며칠인지는 누군가 물어보기 전까지는 자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로라스는 억지로 초콜릿 하나를 꺼내 입 안에 넣었다. 달았다.
드렉슬러는 요 며칠 새 제 곁을 맴도는 로라스를 지켜봤다. 복창이 터질 지경이었다. 이유도 뻔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 언질도 없이 무턱대고 연구실에 와 봐야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는 평소에도 무턱대고 찾아오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못해도 일 주일 전에는 약속을 잡은 뒤 만나는 것이 그의 성향이었고 그것만큼은 헬리오스 안을 싸돌아다니며 물어봐도 백이면 백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었다.
지난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해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었다. 알베르토 로라스는 다리오 드렉슬러의 생일에 예약했던 곳을 단 한 군 데도 갈 수 없었다. 다리오 드렉슬러는 제 생일을 생일인지도 모르고 보냈다. 사실, 그날이 자신의 생일이었다는 것도 그 다음 날에 알았다. 하루종일 연구실에 처박혀있다가 새벽이 다 되어 숙소에 들어왔더니 제 방 침대 위에 상자 하나가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상자를 열고 안에 있는 카드를 펼치고 나서야 알았다.
¡Cumpleaños feliz!
"생일 축하합니다?"
그는 그 말이 올해 자신이 내뱉은 말 중 가장 멍청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일인 줄 알았으면 하루만이라도 숙소에 돌아와 있을 걸 그랬나, 했지만 그는 옆 방에서 자고 있는 로라스를 한 번 보고는 저 또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돌아와보면 속에 열불이나 끓게 하는 연인이 제 곁에 서 있었다. 말을 걸면 불렀나, 통조림을 까 샐러드를 만들어 두면 괜찮군, 기타등등, 기타등등.
드렉슬러는 이 상황이 무척 불편했다. 과거 다른 이들이 로라스를 앉혀두고 그를 예측하며 돈 내기를 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때와는 또 달랐다. 누구의 탓도 아닌 제 탓이었다.
그는 대화가 아닌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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