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ssion2015. 5. 16. 00:10

* 에버님이 의뢰해주신 커미션입니다.

* 로라드렉(로라스x드렉슬러 // cyphers).

* 로라스가 죽는 걸 막기 위해 몇번이고 루프를 도는 드렉슬러.

* ????자 커미션(실제 : 4048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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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렉슬러는 한참동안 허우적대다 눈을 떴다. 다섯 시 반, 그는 한참을 소리없이 누워 있었다. 늘 보는 천장은 새벽빛을 받아내기엔 그릇이 작았다. 얼마간 눈을 꿈벅이다 시선을 돌리면 거기엔 연인이 있었다. 그들은 간혹 충족감을 위해 같은 공간에서 잠들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새삼 깨닫고 마는 것이다. 감정, 생각, 시선, 기타등등, 기타등등. 편린은 그의 머릿속으로 하나 둘 모여들어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정제된 욕망이 되었다.

 네가 좋아.

 영원을 부르짖는 것 만큼 헛된 일도 없을 것이다. 하여 그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떠올리고는, 영원보다 더 지독한 미련을 들고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허한 웃음만 몇 번 내보냈다.

"드렉슬러?"

"네 옆."

 어쩌랴. 그의 존재만으로도 가득 들어찰 것을.


 두 사람은 길을 걸었다. 그들은 주로 안개가 잔뜩 낀 도시에 머물러 있었다. 과거 광명의 도시에서 살았던 그들에게는 썩 적응하기 힘든 도시였으나 그들의 연애는 은밀함이 완성시켰다. 서로의 손을 별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가끔은 서로의 볼에 입맞출 수 있었던 것도 지금 서 있는 이 곳이라야 가능한 일이다.

 로라스는 평소 함께 걷던 모습을 떠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어디에나 낭만은 있는 법이다.

"좋군."

"……."

 허나 곁에 있는 이는 영 뚱했다. 한참동안 뒤척이다 늦게 잠든 것을 떠올린 그는

"졸린가?"

 했으나, 드렉슬러는 고개만 몇 번 저었다. 오히려 그는 팔을뻗어 제 손을 잡아오는 드렉슬러를 보고 꿈을 꾸는가 싶었다. 믿기지가 않는 것과 기쁨은 별개였던 터라, 로라스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손을 잡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다른 의미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로라스."

 숨결이 다가와 내려앉았다 사라졌다. 그는 답례로 제 숨결을 나누기로 한다. 천천히 안겨드는 그가 기분 좋았다. 그럴수록 그는 깊게 뿌리내리는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요즈음 드렉슬러는 모든것을 마뜩찮아 했다. 특히 저와 그 둘 사이에 다른이가 끼어드는 것은 무척 꺼려해 혐오의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다. 곧잘 어울리던 아이들의 경우 그 정도가 과해 자신이 제제해야 할 정도였다. 평소 대부분의 사건을 흘려보내는 그 답지 않은 처사였다. 

"그래, 드렉슬러."

 그것은 로라스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그가 먼저 다가오는 일도 특벌한 날이 아니면 없다시피 했다.

"무슨 바람이 불어 이리 사랑스러운가?"

 로라스는 그저 궁금했다. 그의 인생에 얼마 되지 않는, 옳고 그름을 떠난 일이었다. 연인에게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는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궁금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없어. 그런 거."

 그러나 그는 단호했다.


드렉슬러는 손을 씻다가 쏟아져내리는 물을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그는 제 손을 수건에 박박 닦았다. 강박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제 손을 닦아내려는 것이 아니라 물을 떨쳐내려는 것처럼 굴었다.

 그의 연인은 드렉슬러의 행동을 비범한 이들이 지고 가는 패널티 따위의 것으로 보았다. 재능이 꽃피기 위한 시련으로도 볼 수 있었다. 로라스는 그것이 재능에 대한 대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의 연인이 강박 관념 하나 정도 달고 사는것이야 일도 아니었다.

 다만 조금 걱정하는 것은 서른을 넘기도록 보인 적 없었던 행동이 최근에, 그것도 갑자기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연인의 변화에 신경이 쓰이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끝을 알고 있다. 예지몽 따위를 믿는 것은 아니다. 끔찍하게도 그는 몇 번이고 이미 겪어 본 현실이기에 알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본래 전투에 나가면 나가는 대로, 나가지 않으면 않는 대로, 그들의 곁에서는 죽음이 떠난 적이 없었다. 처음 살상을 한 날? 왕실에 발탁되었던 그 날? 언제부터 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런 것들을 썩 잘 견뎌내는 편이었고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당장 닥친 일이 아니라는 가정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했다. 

  현실은 무거웠다. 애써 외면하던 것, 언젠가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무더기로 나타나 드렉슬러를 비웃으며 그 누구도 닿지 못할 구석으로 몰아 넣었다. 


 그는 한 신문기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 기사, 시대의 마지막 경종이 되다 >


 드렉슬러는 그의 죽음이 그가 원했던 것들 중 하나였다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는 항상 옳다고 생각하던 것을 행한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해서, 드렉슬러는 한참을 고통스러워 했을지언정 그의 판단이 옳았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도무지 끝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물, 불, 추락, 질식, 중독……. 온갖 것들을 넘나들며 제 자신의 끝을 바꿔내리는 로라스를 목도했다.

 물.

 손끝에서 피어나던.

"드렉슬러, 나 좀 보게. 자네 손이 다 상할 것 같아."

 드렉슬러는 결국 짜증을 내고 만다.


 그는 처음을 기억한다. 실은 그의 죽음이라면 전부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항상 처음을 떠올렸다. 말 그대로, 처음이기 때문이다.

 알베르토 로라스는 한 아이 대신 죽었다.

 불이야 본래 제어가 어려운 축에 속했다. 불을 다루는 사이퍼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곳저곳 실려있는데, 그중에서도 폭주의 기록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 명왕을 수행하던 드렉슬러가 본 것은 어떤 한도를 넘어 버린 것이었다.

 검은 불꽃.

 거리는 끝이 없는 불꽃에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검은 불길은 사방으로 튀어 건물 사람 가리지 않고 모조리 집어삼켰다. 영역은 넓어져만 갔다. 평소라면 볼 일 없었을 검은 빛깔은 인간을 몰아넣었다. 불은 선과 악, 회사와 연합을 가리지 않고 공평했다. 평화를, 혹은 혼란을 조금이라도 손보기 위해 준비했던 회담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제법 있네.

안 돼.

더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야.

왜?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그는 웃는다.

알베르토 로라스 아닌가. 자네가 사랑하는.


 빌어먹을!

 그는 다시금 밀려드는 감정을 휘휘 내저어 보지만 별 소용이 없어 책상이나 한 번 내려치고는 그대로 두고 만다. 친애하는 이의 죽음을 몇 번이고 돌아봐도 결론은 같은 곳에서 났다.

 칼라의 불꽃을 처리하지 못하면 알베르토 로라스는 어떤식으로든 죽었다회담장에 갇힌 아이를 구하기 위해,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타들어가는 건물 옥상에 서 있는 아이를 데리고 땅으로 내려오다가, 건물 안에 갇힌 이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다가, 소속을 가리지 않고 구호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무장을 뺏겨서, 흑염과 함께 불타오른 것들의 망령이 그의 몸을 휘감아서, 그리고, 그리고…….

"역시 자네의 투창술은 대단하군. 나는 아직이야."

 그의 능력으로는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채 하루도 남지 않았다.


 그의 곁에 안식은 없었다. 애도는 닿지 않았다. 드렉슬러가 끝없는 죽음에 미치지 않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건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드렉슬러는 되풀이되는 영생보다는 한 번의 죽음을 염원했다. 그에게 안식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라면 이제는 그 무엇을 요구한다고 해도 내밀 수 있었다. 지금껏 자신을 지탱해온 것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수 번의 죽음을 떠나보낸 뒤에야 알았다.

 필요한 것은 자신을 지탱해줄 무언가가 아니라 알베르토 로라스 그 자체 였다. 거기에 자신의 것을 대어 보자, 놀랍게도 그 어느것보다 소중했던 것들은 형편없을 정도로 그 빛을 잃었다. 연심이 다 무어란 말인가. 살아야 했다. 그도, 저도.

 고뇌는 끝났다. 연심이란 변덕스러운 것이니 지금이 아니면 바칠 수 없었다. 드렉슬러는 공허 속에서 다시금 피어날 그들의 미래를 믿기로 했다. 얼마가 될지는 모른다. 그는 그 끝에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을 수 있으면 족했다.

 그는 이왕이면 같은 불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심을 태워 그를 살리는 제 처지와 꼭 맞았다.


 드렉슬러는 눈을 떴다. 공허함에 몸부림치며 그는 방을 나섰다.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나도 알베르토 로라스는 살아 있었다. 그는 이제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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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zl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