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Q로 음....... 사겨라 짞 사겨라 쨖
Q는 언젠가 브랜치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내연애라.. 더블 오 요원이랑 정식으로 교제한 적이 있었어요."
"더블 오 세븐?"
"아뇨, 이미 은퇴한 분이요."
그녀는 며칠전까지만해도 연하남이 취향이라며 제 기준으로 연하남인 배우를 검색한 사람이었다. 더블 오 요원은 남성으로써 가장 매력적인 나이에 뽑히기 마련이었으므로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이 사원은 취향에 충실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괜찮으면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직장내 성추행범으로 몰리고싶진 않아요."
"Q, 난 직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Q는 눈앞에 둔 머그를 들어 얼그레이 한 모금을 들이켰다. 큼,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일반적인 인간 관계였다면 무척 실례되는 이야기라는 것 쯤은 저도 알고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그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씩 웃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MI6는 비현실적인 공간이에요, Q."
그 말을 시작으로 그녀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 말을 듣고 있으면서 Q는 한때 엉망진창이었던 방을 손님에게 보이기 위해 잘 정돈하는 가정집을 떠올렸다. MI6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정이 들어버리고, 마음에 들어차 꾹꾹 눌러담다 넘쳐흘러버린 그 감정은 야속하게도 MI6의 사무실을 뒤덮고 있는 회색빛에 대비되는 노을빛의 사랑이었다. 요원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더니 곧 기뻐하며 제게 키스를 퍼부었다고 했다.
"그 순간 만큼은 여왕폐하도 부럽지 않았어요."
"제가 보는 당신은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었는데요."
제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중얼거리는 Q에게, 그녀는 대답했다.
"더블 오 요원들은 비현실적인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에게 받는 사랑이 현실적일 필요가 있나요."
그녀의 답은 그에게도 인상깊게 남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는 현실적인 사랑을 할 거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다. 그의 현실적인 사랑이란 더블 오 요원이 휴가를 받아 쉴 때 우리는 야근을 한다며 억울해하는 브랜치의 또다른 여직원이나, 가끔 카페테리아에서 끼니를 같이 때우곤 하는 타 부서의 여직원처럼 자주 마주치는 그나마 평범한 사람과 함께 살다가 나이가 다 되서 은퇴하면 나머지 한 사람과 같이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그런 사랑을 의미했다. 비정상적인 공간에서 꿈꾸는 사랑 치고 너무 현실적이라 되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잔잔한 사랑.
그래서 그는 더더욱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제 머리속을 아무리 찾아봐도 중년의 미스터 본드나, 수줍어하는 척 하는 더블 오 세븐이나, 연인을 그리는 제임스 본드는 있었지만 수줍어하는 중년 제임스 본드는 없었다.
정정. 자신에게 고백하기 위해 수줍어하는 중년 제임스 본드는 없었다.
수줍어하는...제임스 본드...내게...고백하는..........
그는 정말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태너의 조카가 본다는 아동용 TV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법한 감정의 폭풍속에 제가 있게 될거라곤 생각하지 않고 살았는데, 그런데, 제가, 담당하는, 전설의 요원이,
그는 감정의 폭풍속에 있을 태풍의 눈을 찾아 나서는 대신 정신을 놓았다.
"Q, Q?"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정신차려봐. Q!"
Q 브랜치의 쿼터마스터는 결국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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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208 : 간단한 문맥 수정 / 공개여부 수정 (보호->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