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ssion2015. 5. 1. 01:17

* 아레님이 의뢰해주신 커미션입니다.

* 로라드렉(로라스x드렉슬러 // cyphers).

* 에버님의 용사마왕(https://twitter.com/chiznoguri/status/581138750043885568)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3차창작(https://twitter.com/Faithpear_cp/status/581661903669194753) 관련 이야기

※ 본 커미션은 원작자인 에버님의 허락하에 진행됩니다. 

원작자의 의사 철회시 의뢰비는 전액 환불해드리고, 해당 글은 삭제 처리됩니다.

* 중편 커미션 (4/5), 각 3500자(현재 편 : 4011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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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맺을 수는 없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숙제였다. 스쳐지나갈 인연, 묻어두고 현재에 충실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상대를 기만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존재였기에 더욱 더 알고 싶었다. 동족들 사이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이를 찾지 못했던 그들이다. 하여, 자신을 이해하는 존재란 그리도 소중했다.

 변한 것은 없었다. 로라스는 매일 아침 몸을 단련했고 마왕은 공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모종의 문제로 두 존재가 하룻밤을 꼬박 지샌 뒤에도 여전히 그랬다. 아침 식사는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고 서로의 방은 여전히 자신이 머무는 방 바로 옆에 있었다.

"언제 왔냐?"

 기척을 알아챈 마왕이 먼저 말을 걸었다. 그날따라 로라스는 그의 옆에 걸터앉아 침묵을 지켰다. 그는 로라스를 흘끗 보곤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한동안 공방에서는 철 두드리는 소리만 났다. 그러다 한 순간 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그는─

"……."

 의자라기도 민망한 토막에 쭈그려 앉아 졸고 있는 로라스를 볼 수 있었다. 투구에 가려져 눈매는 보이지는 않았으나 기운을 가늠하곤 금새 알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평온한, 그러나 자극이 주어지면 바로 정신이 돌아올. 마왕은 일찍이 그가 잠들어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방을 주고 몸을 섞기까지 했지만 그때마저도 그가 먼저 나가떨어져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몰랐던 모습이다.

 이곳은 그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마음놓고 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돌아가고자 하네."

 해서 그가 제 세계로 돌아가겠노라 선언했을 때, 마왕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래?"

"자네는 다리우스가 아니지 않은가. 자네 말이 맞다면 당분간 사악한 마왕은 볼 일이 없을 테지."

"그 말을 믿는다고?"

"그 말만 그렇겠는가."

 그는 성창을 한 번 휘두르곤 이어 대답했다.

"자네의 말에 거짓이 섞여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아."

 인간의 수명은 짧았다. 다시 돌아올 결심을 할때쯤이면 죽음을 앞둔 시기일 것이다. 마왕은 나이를 먹어갈 그의 모습은 영영 못 볼거라고 생각했다. 젊은 시절만 영영 되뇌이라는건 끔찍한 저주였다. 그는 용사였으니, 마왕인 자신에게 내리는 저주 하나 쯤이야 못 받아줄 것도 없다.

 그렇다면 마왕인 자신도 용사에게 저주 하나 쯤 내려야 공평할 것이다.

"가져가라."

 로라스는 제게 던져진 납 상자를 가볍게 잡아챘다. 문양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이건?"

"말동무 해준 값인 셈 쳐. 변환은 필요하겠지만 인간 사제들도 그정도는 해."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마계의 문자를 아는 인간은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게 알 물건이었다. 로라스는 상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소중히 갈무리했다.

"돌아오겠네."

 인간의 약속이란 믿을 것이 못 되었다. 마왕은 저를 찾아온 용사가 인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로라스는 제 터전으로 돌아오자마자 모든 일을 다 제치고 자신이 고난을 견뎌내기 시작했던 성당으로 향했다. 그는 본디 귀족이었기에, 성기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성당은 나라에서 가장 명성깊은 곳 중 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얼마나 많은 자들이 자신의 뒤를 따르게 될지 한 번 가늠해보고, 그들의 표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한 번 보았다.

 사제들은 갑작스런 방문에도 그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로라스는 그들에게 예의를 갖추며 자신이 받아온 물건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알지 못하는 것일세. 조언을 얻고자 왔네."

 그들은 상자 겉면에 새겨진 문양을 보자마자 한 번, 조심스레 뚜껑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문장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한 명은 왕을, 한 명은 대사제를 향해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머지 사제들은 제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형제여. 큰 일을 하셨습니다."

"무슨 말인가?"

"당분간 바쁘실 것 같군요."

 로라스는 사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일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 하나만 알았다.


 돌아온 뒤 첫째 달, 그는 대사제의 축복을 받았다. 나라 안 모든 사제들이 모여 있었다.

 돌아온 뒤 둘째 달, 그는 왕의 부름을 받았다. 무한한 영광과 권세를 보장받았다.

 돌아온 뒤 셋째 달, 그는 퍼레이드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예복을 입고 성 주변을 돌았다.

 돌아온 뒤 넷째 달, 그는 기사단장을 시작으로 몇 개의 작위를 겸했다.


 그는 권세에 휘둘리지 않았다. 명예보다 신념이 우선했다.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네 달 간,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모든것은 마왕이 던져준 상자에서 비롯되었다. 알아야 했다. 모른척 넘겼으나 이제는 그래야 했다. 

 얼마 뒤, 그는 결국 마왕이 제게 넘긴 물건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어떻게 가져오신건가요?"

 상자 표면에 깃들어 있던 문양은 마왕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는 문양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것은 현 마왕이 아닌, 다리우스의 사념체가 깃든 갑옷 조각이었다.

"다른 마왕이 즉위해 있었네. 그가 주더군."

 그리고 마왕이 무슨 생각으로 그 물건을 제게 쥐여 보냈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과연! 다른 마왕이라고 해도 경의 무예를 본다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연회가 끝나고 로라스는 정처없이 성을 걸었다. 모든것이 거추장스러웠다. 자신이 이 세계에 돌아온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제가 태어난 세계의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돌아왔기 때문이다. 

 두 존재가 밤새 고민했던 그날 밤, 로라스는 제 생각을 끝맺을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미래는 결정했었다. 자신의 평생과 그의 평생이 동등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알면서도, 제 일생을 바쳐 그의 한 순간이라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하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이들이라면 억울하지도 않냐며 자신을 타박할지도 몰랐다. 그에게 그런 타박은 익숙했다. 성기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다.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평생을 그에게 헌납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되새겨야 했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되살린 기억까지 전부 그의 곁에 두기 위해 한 번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돌아왔고, 돌아갈 일만 남아있던 것이었는데.

 그는, 마왕은 저를 영웅의 자리에 올려놓을 작정이었다. 돌아오겠다는 말은 들은 척도 안 한 것 처럼.


 변한 것이 없다고 스스로를 다스렸지만 그대로일 리가 없었다. 그는 자신을 옹립했던 존재들을 불러모았다. 하나같이 걸출한 자들이었다. 그만큼 현명했다. 자신들의 대립이 마계에 불러올 파장을 알고 있었던 그들은 자신을 내세워 갈등 상황을 최대한 쳐내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존재들 만큼은 그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자신을 보았다. 그는 그네들이 어떤 목적도 없이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정도냐?"

 마왕은 다시금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초기에는 제 기운에 고통을 스며들게 하는 정도로도 견딜 수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치를 넘겨 나머지는 고스란히 그의 몫이 되었다. 정말이지 심상치 않은 놈이었다.

"너희가 그럴 정도라면 대단한 놈이 되겠지."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낮, 해가 떠 있었다.

"성력을 가진 인간이 머물렀던 방이 있다."

"옆 방말인가?"

"그 방. 이 놈한테 줘."

"념은?"

"옆에."

 그는 상자를 가리켰다. 곁에 있던 자 하나가 상자를 열자 한 쌍의 귀고리가 보였다. 얇은 창 모양이었다.

"다리오나이트는 아직이다. 효과는 안정적이지만 효율이 안 나와. 온 힘을 부어 활성화 시키느니 시간 좀 더 들이는게 낫겠지. 드워프들의 공방에 모든 자료를 넘겨놨다. 시간 붓고 지켜주기만 하면 돼."


 그는 눈을 감았다. 매일같이 제가 여기 있다며 저를 생각해달라는 뱃속 존재에게 아파죽겠다고 제 고충을 토로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공방에서 지내는건 여전했지만 때때로 하늘을 보여주었다. 하늘 만큼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다 해주며, 볼 수 있는 광경은 다 보여주고 싶었다.

 아주 가끔은 그의 이야기를 했다. 아마 볼 수 없을 테니 궁금하다면 제 념을 건드리면 될 것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저를 이을 존재가 그것을 언제 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부가 되어줄 이들은 명실상부 마계의 최강자들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번 더, 별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별이 다가오기 전에 먼저 그 곁으로 갈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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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zlos